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37년 만에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해고 당시 20대였던 김 씨는 이미 정년이 지나 명예 복직과 동시에 퇴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임금은 받지 못하지만, 김 씨는 탄압과 분열의 상징이 된 파란색 작업복은 입고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회사를 떠났습니다.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노란색 안전모를 쓴 김진숙 씨가 조선소로 걸어 들어옵니다.
37년 만의 출근길입니다.
만감이 교차한 표정의 김 씨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동료들 앞에 섰습니다.
▶ 인터뷰 : 김진숙 / 해고 노동자
- "피가 나도록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오늘에야 열렸습니다."
세월이 무색하게 이미 정년을 넘긴 김 씨.
그렇게 간절하게 바랐던 복직을 하게 된 날이 왔지만, 동시에 명예롭게 퇴직하는 날이 됐습니다.
▶ 인터뷰 : 김진숙 / 해고 노동자
- "탄압과 분열의 상징이었던 이 한진중공업 작업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1981년 HJ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김 씨는 5년 뒤 어용노조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해고됐습니다.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후 30년 넘게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힘겨운 복직 투쟁을 이어왔습니다.
2011년 동료들이 무더기 정리해고됐을 땐, 고공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이번 복직 결정으로 조선소 정문 앞에 설치된 농성장도 노사가 함께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농성이 시작된 지 600여 일 만입니다."
▶ 인터뷰 : 김진숙 / 해고 노동자
- "정말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없고. 그런 것들이 저는 이 복직의 진정한 의미지…."
회사와의 싸움은 37년 만에 끝냈지만, 김 씨는 그 사이 몸속 장기를 5개나 떼어냈고, 지금은 암투병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