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쪽파' 농가 피해 막심…떼까마귀 포획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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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제주시 연동의 전깃줄 위에 떼까마귀 무리가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제주 우도에서 해마다 떼까마귀 수백 마리가 몰려들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포획되고 있어 공존의 해법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섬 속의 섬' 우도에서 떼까마귀 257마리를 포획해 소각 처리했습니다.
시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떼까마귀가 우도에 머무르며 보리, 쪽파, 마늘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어 포획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떼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귓과의 중형 조류로 몸길이 약 46cm입니다. 암수가 같은 검은 빛깔이며 겨울 깃은 보랏빛 광택이 돕니다.
주로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살다 추위를 피해 매년 10월가량 우리나라를 찾아 3~4월에 다시 북쪽으로 날아갑니다.
떼까마귀는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보다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무리생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낮에는 논밭, 초지대 등을 찾아 씨앗이나 벌레 등을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해가 질 무렵 휴식에 적합한 장소로 모여듭니다.
떼까마귀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을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포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유독 까마귀를 그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컨저링(The Conjuring)'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이 좋지 못한 일을 당하거나 악마가 등장하기 바로 전에 까마귀떼가 등장합니다. 죽음 또는 흉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복선의 장치나 도구로 까마귀를 사용한 것입니다.
새까만 겉모습을 가진 까마귀가 동물의 사체를 먹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이미지가 생성됐을 것이라고 예측 가능합니다.
넷플릭스의 2019년 작인 드라마 시리즈 '바이킹스'에서도 까마귀는 음산함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재로 쓰였습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고 얘기하는 경우나 훈련이 안 된 병사들을 '오합지졸'이라 부르는 것, 글자를 읽지 못하는 이를 '까막눈'이라 부르는 것,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글귀가 담긴 시조도 우리의 정서에 뿌리박혀 있는 까마귀에 대한 편견의 단면입니다.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등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배설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게 됩니다. 주차된 차량이나 주택가에 배설물이 떨어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전봇대와 전신주에 모여 앉아 정전 사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떼까마귀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 지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해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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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가는 떼까마귀 / 사진=제주시청 |
제주시가 매년 우도에서 떼까마귀 포획에 나선 것은 이 시행규칙에 근거해서입니다.
실제 우도의 농가들은 매년 찾아오는 떼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호소해왔습니다.
9월부터 파종하는 쪽파가 주된 피해 작물입니다.
떼까마귀들이 10월 수확 후 밭에 남겨진 땅콩이나 벌레 등을 잡아먹기 위해 땅을 헤집는 과정에서 쪽파의 뿌리가 손상을 입는다는 것입니다.
쪽파 재배 농민들은 매년 재파종 등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떼까마귀 포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빛의 반사를 이용한 방조 테이프나 스피커 등을 설치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입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원과 안산, 화성시에서 떼까마귀를 찍어 '캐다' 앱에 올리면 1장당 500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시민들이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떼까마귀의 출현 시간과 장소 등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출현 지점을 나타내는 지도를 제작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와 습성 등을 알아내는 연구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대와 장소에 집중해 배설물을 청소하거나 도심으로 떼까마귀가 유입되는 일을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울산시는 2012년부터 태화강 주변 12만5천㎡ 땅에 철새들의 터전이 되는 삼호대숲을 조성했고, 떼까마귀 무리가 도심 대신 그곳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여 도심에서 발생하는 떼까마귀 피해를 감소시켰습니다.
최근 울산시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먹이가 풍부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월동한다는 특성을 강조하며 생태 환경 회복 전도사로 대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벤트가 이달 16일부터 태화강 떼까마귀를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인 '운수대똥' 이벤트입니다.
타 시도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우비 등을 지원하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산책하면서 떼까마귀 군무 체험을 하다가 떼까마귀 똥에 맞으면 지역 상권에서 사용 가능한 5만 원 쿠폰을 주고, 떼까마귀 인증샷을 사회
울산시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운수대똥' 이벤트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해 올 연말 떼까마귀가 다시 찾아올 때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울산시는 이 밖에도 떼까마귀 등 철새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과 자원도 개발 중이며, 나아가 세계조류학대회도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