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형중 전 국가정보원 1차장 |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출신들은 주로 민간부문에 재취업했다. 이러한 관례를 깨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에 정보기관 출신 고위 관료를 첫 공기업 수장에 앉히려 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공항공사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윤형중 전 국정원 1차장(차관급)을 차기 사장 후보로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부 제청을 받아 1~2일내 결재할 것으로 전해져 윤 전 차장은 25일께 취임이 유력하다.
표면적으로는 한국공항공사가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상향식 임명 절차를 밟는 듯 보이지만 사장 공모 때부터 윤 전 차장 내정설은 공사 안팎에 파다했고,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윤 전 차장은 1967년 생으로 전라남도 장성에서 태어났다. 서울 영락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국정원에 몸을 담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을 거쳐 2020년 12월 해외·대북 정보를 수집·분석·가공 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으로 임명돼 2021년 11월까지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분야에서 요직을 독차지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일명 '연정라인' 인사로 분류된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알려진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역임)이 '연정라인'의 대부격으로 불린다.
윤 전 차장은 국정원에서 대북·해외라인을 지휘했고, 북한·해외·기획조정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전문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군사정권 이후 사라졌던 국정원 출신 사장 시대가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온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하게 되자 한국공항공사는 물론 다른 공공기관 직원들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실제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문민정부 이후 공항 공기업 수장에 국가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발탁된 적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이뤄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결과에서도 국정원 출신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 사장 자리를 노크하지 않았다.
매일경제가 문재인 정부의 취업심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정원 퇴직자 40여명중 대부분이 민간 기업에 취업했고, 소수가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으로 취업심사를 통과한 국정원 출신 인사는 윤 전 처장이 유일하다.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은 "공기업 사장 임면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군사정권 이후 사라졌던 국정원 출신 인사가 다시 사장으로 부활할 줄은 몰랐다"면서 "특히 국정원 개혁에 몰두해온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진행돼 놀랍다"고 전했다. 반대로 "이왕 올거면 힘있는 사람이 오는게 좋다"는 임직원들도 있다.
그러나 통제 문화에 익숙한 비전문 인사가 역대 최대 위기에 놓인 한국공항공사를 제궤도에 올려놓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감이 공통적으로 감지된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매출액은 2019년 대비 40.2% 감소했고,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면세점 임대수익이 전년 대비 53.2% 급감했다. 여객 감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제주신공항, 가덕도신공항 지자체 자체 운영, 김포공항 주변 택지개발 등 공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