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한 사람은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의 감독도 가족도 아닌, 경쟁자였습니다. 미국의 애슐리 콜드웰은 메달권에서 탈락했는데도, 활짝 웃는 얼굴로 금메달을 딴 중국의 쉬멍타오를 끌어안은 채 스포츠맨십의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네덜란드 선수는 인코스 아웃코스 교차구간에서 캐나다 선수와 충돌 위험에, 레이스를 포기하는 품격 있는 양보로 관중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결승에서 핀란드 선수는 1위로 통과한 뒤 꼴찌가 완주할 때까지 영하 8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20분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올림픽 최고의 장면은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승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은메달의 주인공 우크라이나 선수를 동메달을 딴 러시아 선수가 축하하며 뒤에서 껴안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쟁 발발이라는 위기를 뛰어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으니까요.
고개를 돌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한국 대통령 선거로 와보죠.
상대방을 경쟁자가 아니라 없애버려야 할 박멸 대상으로 생각하나 싶을 정도의 단순 네거티브를 넘어 '믿거나 말거나, 아니면 말고 식' 마타도어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저런 말을 하고 상대방 얼굴을 어떻게 보지 싶을 정도로요.
또 지나친 갈라 치기로 지역, 세대, 남녀, 소득 간 갈등과 반목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누가 당선돼도,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가능할까 걱정이 앞서죠.
'함께하는 미래'. 이번 동계 올림픽의 슬로건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 정치에 없는 것 두 가지가 바로 '함께'와 '미래' 같죠.
베이징 한국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목표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이유도, 고질적인 파벌싸움을 끝내고 원팀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래도 결과가 이렇게 보여주는데도, 정치권은 뭐 좀 느끼는 게 없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스포츠와 정치 무엇이 다를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