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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항공사 전경 |
공기업 사장은 대통령에게 임면 권한이 있어 '번외'로 친다지만 2인자인 부사장은 사장에게 임명권이 있어 자체 승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14년째 자체 승진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9곳 중 사장과 부사장이 모두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유일한 곳이다.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2013년부터 자사 직원을 부사장으로 자체 승진시켜 대조적이다.
21일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은 사장 교체기를 맞아 "14년 동안 이어져온 부사장 낙하산 인사 고리가 이번에는 끊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공항공사는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심의를 통과한 4중 한명을 사장 후보로 결정해 국토부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을 예정이다. 새 사장은 25일 취임 예정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차장을 지낸 A씨의 임명이 유력한 상태다.
신임 사장은 당장 인사에 손을 대야하는 상황이다. 24일 퇴임 예정인 손창완 사장은 간부 승진 인사까지는 단행했지만 보직 인사는 후임 사장 몫으로 남겨뒀다. 여기에 김명운 부사장이 지난 18일 자진 퇴임하면서 인사폭은 부사장까지로 넓어졌다. 공사 안팎에서는 '국토부 출신 부사장 낙하산설'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낙하산 고리를 끊고 내부 승진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에 근무하는 A씨는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부사장은 전문성과 조직 사기 등을 고려해 다른 공기업 처럼 내부 승진이 옳다"면서 "유독 우리 공사에서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데 이번엔 이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도 반복되는 부사장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노조는 "한국공항공사는 국토부 산하 9개 공기업(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SR,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부동산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과 부사장이 모두 낙하산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기관"이라면서 "공기업 낙하산 인사 근절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같은 행태는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실제 2002년 한국공항공단에서 한국공항공사로 전환된 이후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자리는 이장수 부사장(2002년 5월 31일~2005년 5월 30일), 성시철 부사장(2005년 5월 31일~2008년 8월 13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특히 2012년부터는 국토부 출신 인사가 내리 임명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별도의 공모를 거치지 않고 국토부가 추천한 부사장 후보를 사장이 임명하면서 국토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3년 8월 최홍열 경영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7명의 부사장이 자체 승진했다. 지난해 11월엔 이희정 미래사업본부장이 첫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해 공항 공기업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 내부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패배의식을 딛고 일어나지 못하면 낙하산 인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자성도 나온다. "국토부 등 힘있는 기관의 인사가 오면 조직 위상이 높아지고, 각종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낙하산 인사의 빌미가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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