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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부실 은닉과 부정 거래로 1조 7000억원 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현재 재무상태다. 희대의 금융사기 스캔들로 번져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껍데기뿐인 회사와 부채뿐이다.
매일경제신문이 라임자산운용 파산신청서와 파산결정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설정액 대부분이 운영진의 횡령·배임, 부실투자로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에 남은 것은 120억원가량의 현금 등 192억원이 전부다. 한편 부채는 자산의 수십 배인 5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와 개인투자자들이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주장하는 채권액이 모여 천문학적인 빚으로 쌓여 있다.
지난 1년간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청산절차를 맡아 온 예금보험공사는 "변제가 불가능하다"며 지난달 7일 서울회생법원에 라임자산운용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7일 파산을 선고했다.
파산 선고에 따라 채권자들이 법원에 채권을 신고하고, 라임자산운용의 자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채권액에 비례해 분배하는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현재 재무상태에 비춰 예상 변제율은 3% 남짓이다. 크게는 수백억원을 날린 피해자들로서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라임자산운용 관련 소송과 자산 유동화에 소요되는 기간 등 변수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돌려받는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 신청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려면 부채 초과와 지급 불능 상태가 확인돼야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법원에 제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현재 자산은 현금 120억과 수억원의 증권 등을 포함해 192억원에 불과한데, 부채는 5299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5107억원 초과한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최고 수위 제재인 '금융투자업 등록 취소' 처분을 받고 해산되면서 더 이상의 수익 창출도 불가능하다.
라임 파산 사건을 심리한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 재판부는 "채무자(라임자산운용)의 자산은 임직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추가해도 190여억원에 불과한 반면 미확정채무를 포함한 실제 부채는 5200억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부채가 자산을 수십 배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예금보험공사)은 청산인으로서 채무자에 대해 파산을 신청할 자격이 있고, 채무자에게는 지급불능 또는 부채초과의 파산원인 사실이 있어 채무자에 대해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도 파산신청서에서 "피신청인(라임자산운용)은 자본시장법 제 85조 제4, 5, 8호 등을 위반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고 채권신고 결과 회사자산으로 부채를 완제할 수 없는 상태로서 향후 잔여재산의 분배 및 이해상충 등 파산절차로의 진행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부채 5299억원 중 대부분인 5208억원은 펀드 판매사들이 주장하는 미확정 손해배상채권이다.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은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투자자에게 무역금융펀드 등 일부 펀드 투자금의 최대 100%를 돌려준 뒤 이 금액을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채권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만 라임자산운용의 남은 자산이 192억원에 불과해 거의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 신고액은 판매사별로 우리은행 1957억원, 신한은행 1295억원, 신영증권 815억원, 하나은행 634억원, 신한금융투자 404억원, 미래에셋증권 100억원 등 총 5208억원이다. 이 밖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채권액은 89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 투자자 반환금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신한은행은 CI펀드 투자자에 대한 보상금, 미래에셋증권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자 반환금 및 TRS정산잔액 미수령 채권, 하나은행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자 반환금·분조위 결정에 따른 반환금·이사회 결정에 따른 선보상 또는 가지급채권, 우리은행은 무역금융펀드 반환금·분조위 결정에 따른 반환금·분조위 사전 선지급금, 신영증권은 투자자로부터 양수한 손해배상 채권 등을 채권으로 신고했다.
예금보험공사 측은 "라임펀드 투자자 및 판매사들이 추가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금 내지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채권을 신고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간이 지날수록 피신청인의 채무초과 상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들이 현금화한 라임자산운용 자산을 돌려받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 법인파산 전문 변호사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둘러싼 손해배상 등 소송이 종결돼야 채권액이 확정되는데, 소가가 큰 만큼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파산절차가 빠른 시일 내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임자산운용과 라임 펀드 판매사들을 둘러싼 소송도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무역금융펀드 피해금액 전액을 앞서 배상한 판매사들 간 1100억원 규모 소송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91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취지로 각각 647억원, 364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세 판매사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액 합계는 1100억원이 넘어 소송 결과에 따른 파장이 클 전망이다. 공동 피고에 라임자산운용이 이름을 올렸지만 배상 여력이 적은 만큼 배상이 결정된다면 해당 금액은 신한금융투자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 판매사가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무역금융펀드 원금 전액을 배상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각 판매사는 앞서 배상했던 금액만큼을 각각 손해배상 청구금액으로 기재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20년 6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이유로 2018년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전액 배상 권고를 받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는 권고안을 수용했다.
분조위는 라임자산운용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맡은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부실을 다른 펀드로 전가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당시 신한금융투자는 전액배상은 받아들이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법리적 판단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분조위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가장 먼저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어 지난해 1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장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고, 확정판결 다음 달인 지난 1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편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투자자 30명이 판매사와 라임자산운용과 임직원을 상대로 4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도 서울남부지법에 계류중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설정액이 한때 5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유수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혔지만, 투자했던 해외무역펀드에 부실이 일어난 사실을 숨긴 채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은 또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 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다른 펀드를 통해 비상장사 사모채권을 매수하고, 해당 자금을 조달받은 비상장사가 부실이 발생한 코스닥 기업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 부정한 방식으로 연계거래를 이어간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로 인해 환매가 중단된 금액은 총 1조6679억원에 달하며, 개인 4035명, 법인 581개사가 피해를 입었다.
펀드 부실을 은폐하거나 펀드 사기에 가담한 라임 관계자들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원종준 전 라임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각각 징역 15년 및 벌금 40억원, 징역 3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김봉현으로부터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 문건을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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