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산 채로 태우는 영상도 게재
경찰, 정식 수사 착수…민원만 약 650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씨)에 동물을 학대하는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 동물권 단체가 해당 게시판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18일 공식 사회 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번에는 햄스터를 고문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이 게시됐다"며 "햄스터 학대자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해 수사가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케어에 따르면 지난 16일 디시인사이드에는 햄스터 한 마리가 나무 막대에 다리가 묶인 채 공중에 매달려있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게시글에 '햄스터도 자해를 하네'라 제목을 달고 "겁에 질려 눈을 계속 뜨고 있는데 사람처럼 패닉 온 게 맞느냐"고 글을 작성해 올렸습니다.
사진 속 햄스터는 두 팔이 투명한 비닐로 만든 매듭에 묶여 결박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눈에는 흰 반점이 보였습니다. 흰 반점이 무엇이냐는 댓글에는 "옷장에 3시간 묶어놨더니 눈 색이 하얗게 변했다"며 백내장이 온 것 같다 답변했습니다.
이어 "(햄스터가) 곧 죽을 것처럼 신음해서 일단 풀어줬다"며 "현 상태는 주사기로 물을 먹여도 미동이 없는데 기운을 차리면 다시 잘 키워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영상을 찍어 보여달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영상을 올려달라'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동물 단체는 해당 글을 작성한 이를 경찰에 고발할 계획입니다. 케어 관계자는 "동물 학대 수위가 끝도 없이 잔혹해진다"며 "조만간 작성자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알려진 동물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2일 카라 등 동물권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는 길고양이를 산 채로 태우는 영상이 게재됐습니다. 작성자는 이튿날 "포획 틀에서 고양이가 탈출을 시도했다"며 얼굴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9일 영상 속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정식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이날 초부터 경찰 민원포털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다량의 민원이 접수된 것을 확인했고, 동물권 단체 90여 곳의 고발에 따른 조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건으로 경찰에 접수된 민원은 약 65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종로경찰서, 마포경찰서 등 각지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강남경찰서가 병합 수사 중입니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지난해 7월에도 길고양이를 감금, 학대하는 게시물이 업로드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 이용자가 생후 3개월경 된 고양이 두 마리를 구타하고 물에 빠뜨리는 행위를 매일 기록하듯 게시해 논란이 됐습니다. 고양이가 살아있냐는 댓글에 작성자는 한 마리가 폐사됐다는 사실까지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수 25만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수사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특정성을 찾기 어렵고 피해를 받은 이가 동물이라는 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일자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는 커뮤니티 자체적으로 폐쇄됐습니다. 하지만 혐오는 이후 개설된 야옹이 갤러리로 옮겨갔습니다. 야옹이 갤러리에서는 길고양이를 자신들만의 은어인 '털바퀴'로 바꿔 부르며 혐오 인증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민청원도 조롱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동의한 갤러리 폐쇄 건에 대해서는 "동의한 수만큼 고양이를 죽이겠다"며 차후 있을 동물 학대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캣맘들이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이른바 '길고양이 급식소'의 위치를 교류해 테러를 예고하고 고양이 학대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등의 동물 학대 행위가 스스럼없이 벌어집니다.
'이주봉사'라는 이름으로 영역 동물인 고양이를 포획하여 타지역에 데려다 놓거나, 어미의 돌봄이 필요한 새끼고양이를 어미와 먼 지역으로 떨어뜨려 놓은 뒤 '자립성을 키워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동물 단체들은 학대 글을 방치하는 디시인사이드 운영진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16일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학대 방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케어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는 작은 커뮤니티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접속할 정도로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이런 커뮤니티에 동물 학대 글이 수년 동안 올라오는데 김 대표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학대 등 자극적인 글이 올라오면 커뮤니티 접속량이 늘기 때문에 상업적 의도로 학대 글을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일 책임감이 있다면 학대 글 작성을 멈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적절한 조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케어는 "디시인사이드의 특정 갤러리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요?"라며 "길고양이 살해에 이어 다른 동물 종까지 번지는 잔혹 행위를 올리는 해당 커뮤니티를 폐쇄하자는 국민청원에 서명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해당 국민청원은 18일 기준 17만 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현행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