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5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소분해 판매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놓여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설명서는요?"
15일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약국에서 2명의 약사는 무척 분주해 보였다. 여러 병원들과 같은 건물에 위치해 일반 손님 약은 약대로 조제하는 사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사러 온 사람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질문에도 응대를 해야해서다.
약사 A씨는 "전날부터 물량이 좀 들어오면서 (자가검사키트를) 팔고 있는데 손님들이 몰릴 때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오전 중 일찌감치 자가검사키트가 품절이라도 되면 "왜 그렇게 조금만 갖다 놓느냐"는 핀잔을 듣는 것 역시 약사들의 몫.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및 주택가가 밀집한 곳에서 약국을 운영중인 B씨 역시 "가장 힘든 것이 손님들의 계속되는 문의"라며 "키트 물량이 하루 40~50개가 들어오는데 1인당 5개씩 사면, 10명이면 금방 동이 난다. 그럼에도 계속 손님들 문의 전화는 오고 방문해서 왜 없냐, 언제 들어오냐 따지니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 자가검사키트 공급 예정 첫날인 지난 14일 서울 종로5가 약국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당분간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는 20개 이상의 대용량 포장 제품만 제조키로 했다. 소포장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물류 배송의 효율을 높여 국내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결국 대용량 포장 제품을 1개씩 나눠 포장하는 것은 일선 약국의 약사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 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40~50개 되는 물량을 일일이 나눠서 1개씩 재포장 하는 데에만 1시간씩 걸린다"며 "제품에 따라 사용 설명서가 개별로 들어있지 않은 것도 있어서 (약국 측에서) 설명서를 복사해서 넣어야 하는 등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나 도매상에서 그나마 설명서나 소분 봉투를 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약사들의 일 부담만 가중 됐다.
약사 C씨는 "아예 포장 시간을 줄이기 위해 1인당 최대 구매 갯수인 5개를 한데 묶어 팔기도 한다"며 "그런데 설명서 대신 키트 사용법을 담은 큐알코드를 찍은 스티커를 동봉할 때면 그 큐알코드 보는 방법까지 일일이 설명을 해야하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 |
↑ 15일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고객이 소분해 판매되는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실제로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이번 주까지 약국 한 곳이 자가검사키트 도매업체에서 받을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하루치 최대 물량은 25개들이 대용량 포장인 경우 2묶음으로 한정돼 있다. 즉 약국 한 곳 당 50개 자가검사키트만 판매할 수 있다보니 판매 개시 1~2시간만에 품절되는 실정이다.
기존 새 제품의 포장을 뜯어 낱개로 하나씩 재포장하는 과정을 두고 불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람 손을 몇번씩 거치며 행여 결과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비전문가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점포 안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재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30대 직장인 D씨는 "전문가인 약사가 사실 소분하는 과정도 걱정인데 좁은 점포 안에서 그것도 비전문가인 편의점 알바생들이 잘 소분할 수 있을 지 찜찜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가 없는 편의점에서 소분해 판매토록 하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의료기기를 취급해 보거나 의료기기 안전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르바이트 인력이 소분 판매를 진행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소분 방식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 점주들이나 알바생이 소분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아예 편의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현재 자가검사키트를 소분할 때는 손세정제 등을 사용해 손을 씻은 후 일회용 위생장갑 등을 착용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