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 여성 등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위급한 상황일 때 몸을 피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공간인 '안심부스'라는 게 있습니다.
취지는 참 좋은데, 곳곳에 설치된 안심부스가 정말로 안심할 수 있는 곳인지 포커스M에서 점검해봤습니다.
윤길환 기자입니다.
【 기자 】
주택가에 설치된 안심부스입니다.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부스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지자체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 "문이 잠깁니다. CCTV 통합관제센터입니다."
- "관제센터입니다."
2015년 경기도 광주에서 처음 설치한 안전·안심부스는 현재 전국 50여 곳으로 확대됐습니다.
성과도 있었는데, 3년 전 수원에선 심야 시간 낯선 남성에게 쫓긴 여성이 안심부스에 들어가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안심부스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많습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이곳 경기도 광주의 한 안심부스는 버스정류장 옆이긴 하지만 주로 자동차만 다니는 외딴 길목에 설치됐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이렇게 굳게 잠겨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외순 / 경기 광주시
- "도망쳐 왔는데 문이 잠겨 있으면 또 도망칠 수도 없고 어쩌면 좋아요, 더 위험한데…."
2016년 과천에선 유일하게 시범 설치된 안심부스는 인적이 거의 없는 하천 도로에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최근에서야 보수 안내문을 뗀 수원의 한 안심부스는 여전히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가 하면,
부산의 한 안심부스는 잦은 고장에도 마땅한 수리업체를 찾지 못하자 정상화 대신 달랑 비상벨만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 인터뷰 : 부산 좌천동 시민
- "만약에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저기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딱히 안 생길 것 같아요."
안심부스 하나를 설치하는 데 2천만 원에서 3천 만 원이 듭니다.
고비용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부스를 더 만들기로 했다가 취소한 지자체도 많습니다.
▶ 인터뷰 : 지자체 안심부스 운영 관계자
- "(추가 계획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열려 있는 시설이니까, 문이. 그냥 눌러볼 수도 있잖아요. 자꾸 만지고 막 이러니까 (고장 나고요.)"
안심할 수 없는 안심부스, 오히려 위험한 공간이 돼버린 겁니다.
안심부스는 아무리 취지가 좋은 시설이라도 관리를 꼼꼼히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을 넘어 골칫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습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박준영 기자, 오현석·윤두메 VJ
영상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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