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우리 선거판은 언제나 승리를 위한 단일화가 상수로 떠올랐습니다. 1997년에는 김대중 김종필 후보가 DJP 연합으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2002년에는 노무현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가 깨졌지만 노무현 후보가, 가깝게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로 승리를 했습니다.
승리로 이어지면 정치권은 이걸 대부분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하는데,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을 위해 두 후보의 정책이 어떻게 모아졌는지, 설명을 들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경선에서 패한 후보는 선거 직후 분노를 표시하고 적대감을 보이기 일쑤였죠. 자기들 실익만 따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972년 당시의 선거를 그렸던 영화 ‘킹메이커’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선거 책사에게 대선후보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이기는지가 아니고 왜 이겨야 하는지가 중요한 법이오'
여론조사를 하든 담판을 하든 너한테 유리한가, 나한테 유리한가가 아니라, 낡고 후진적이고 뒤틀린 한국의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단 얘기죠. 이런 고민이 없으면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야합'에 불과할 뿐입니다.
실제, 2012년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극적인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안 후보가 선거 당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일명 '문안드림'은 드림팀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왜 단일화를 해야 하나, 물론 단일화는 이기기 위한 겁니다. 하지만, 더 궁극적이니 목적은 국민을 위해 더 나은 정치를 하기 위함입니다.
단일화의 혜택은 지금의 후보들이 아닌 국민이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국민은 단일화의 과정과, 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더 눈여겨볼 겁니다. 누굴 위한 단일화였나는 여기서 다 드러날 테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또 쏘아 올린 '단일화'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