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에 지어진 근현대건축물 가운데 상당수는 개발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역할을 바꾸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축물도 있다고 합니다.
그 가치가 무엇인지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세상돋보기,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해가 뜨고 해가 집니다.
그렇게 하루가 쌓이고, 세월이 흐릅니다.
시간이 지나며 곁에서 사라지는 많은 공간들.
그곳을 보존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0.
이곳에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 인터뷰 : 윤종장 /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
- "1998년 대변인실 근무를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2, 3, 4층에서 근무를 했던 거 같아요. 시장, 부시장실, 인사나 기획 참모 부서가 도서관 건물을 오랫동안 썼고요. "
한반도를 강제로 점령한 일본은 1926년 서울 통치를 위해 경성부청사를 만들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위엄과 식민통치의 엄격함을 보여주려고 한 듯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을 따랐습니다.
- "목조 문을 열고 나오면 계단이 보이잖아요? 저는 위압감을 느꼈어요."
해방이 되고 서울시청이 된 건물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시민과 함께했습니다.
▶ 인터뷰 : 윤종장 / 서울 한강사업본부장
- "아주 오래된 마을의 당산나무가 생각이 납니다. 마을 지켜주고 마을의 사람들과 애환을 같이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일제강점기 잔재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서울도서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수 / 서울도서관장
- "좋지 않은 기억을 되새기는 건 가슴이 아프지만 그걸 보면서 다시 한번 어떻게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지 일러주는 가르침을 준다고."
입구와 계단, 시장실 등 여러 공간을 보존하며 역사와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도서관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이정수 / 서울도서관장
- "관청을 시민들에게 내어줬다고 하는 건 역사적인 사건이죠. 예전에 나온 책이 많이 있는데 그걸 보시면서 공부하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이 공간이 도서관이라서 참 좋다."
자리를 옮겨 세월을 이어가는 공간도 있습니다.
1905년 서울 회현동에 터를 잡은 옛 벨기에 영사관은 열강으로부터 주권을 지키려던 대한제국이 중립국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던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1977년 회현동 재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벽돌까지 그대로 서울 관악구로 옮겨 보존했습니다.
▶ 인터뷰 : 봉만권 / 서울시립미술관 과장
- "조금이라도 가감 없이 복원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계단이나 건물, 기둥 등 회현동 있던 그대로 복원했다고."
지금은 남서울미술관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시민과 작품이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 인터뷰 : 봉만권 / 서울시립미술관 과장
- "문화재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활용해서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서 사용하고 있고."
역사의 기억을 머금고 보존된 건축물들.
오늘도 시민 곁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또 다른 세월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세상돋보기였습니다.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 전범수·최형찬
그래픽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