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우수장학금, 가계곤란장학금으로 전환
중앙대는 올해부터 학부(과, 전공)에서 1등을 한 학생도 수업료 전액이 아닌 수업료의 단 30%에 해당하는 성적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코로나 이후 성적 장학금 지급액을 대폭 줄인 결과입니다.
학년 수석과 상위 10%에 포함되는 학생(학년 우수)에게는 성적장학금으로 각각 수업료의 17%, 15%를 지급합니다. 개정된 성적 장학금 내용은 2022학년도 1학기 장학생 선발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학교 당국과 총학생회가 작년 6월 11일부터 18일까지 '장학제도 개선에 대한 전체 학생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이같이 기준을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장학금 전체 예산은 줄지 않았습니다. 중앙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 곤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성적우수장학금을 가계곤란장학금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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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장학금지급에 관한 시행세칙 개정 안내문 / 사진=중앙대학교 홈페이지 |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적장학금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비단 중앙대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소재 A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적 장학금은 줄고 가계곤란장학금을 늘렸지만 전체 장학금 규모는 유지하고 있다"며 "절대평가를 시행하면서 성적만으로 장학금을 주기 어렵다"고 나름의 속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며 성적 평가를 하기 어려워지자 많은 대학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문제는 절대평가로 인해 터무니없이 높아진 성적 등급으로 인해 동점자가 많아지는 등 성적 변별력이 떨어져 성적장학금 대상자를 가리기 어려워졌습니다.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성적장학금과 관련된 글이 올라옵니다. 2019년도 상대평가 기준 학점 4.5만 점 중 3점대 후반이어도 받을 수 있었던 장학금이 현재는 4점대 후반대가 되어야만 장학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힌 지 오래입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내놓은 일반·교육대학 19개교 대상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에 과목별로 B 학점 이상을 받은 재학생 비율은 전체의 87.5%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71.7)보다 15.8% 올랐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학교 측의 장학금 제도 개편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재학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성적장학금은 고려대가 2016년 처음으로 폐지한 바 있습니다. 학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장학금을 없애는 대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장학금을 확대했습니다.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도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확보된 장학 예산을 저소득층장학금에 우선배정했습니다. 이후 많은 대학이 성적장학금 축소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바뀌어가는 장학제도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성적장학금은 줄고 복지장학금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방향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성적이 더는 장학금 척도가 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장학금이 줄어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고려대 19학번 A씨는 "성적 장학금이 없어서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동기부여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도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동덕여대 19학번 B씨는 "왜 학교가 학생들끼리 분란을 조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등록금은 똑같이 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업의 질은 확연히 떨어졌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학교 건물을 사용하지 않고 OT 같은 학교 행사도 진행하지 않는데 성적 장학금까지 주지 않는 것은 무리하게 예산을 축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경희대 19학번 C씨는 사립대 학비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큰 부담이 된다면서 "복지 관련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조 교수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정도에 따라 장학 혜택을 주는 형태로 변하고 있지만(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으로 혜택을 못 받아도 노력을 해서 장학금을 받겠다는 학생을 위해 보안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