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같은 대형 사업이면 보통 대기업이 맡아서 개발하죠.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작은 영세업체가 대부분입니다.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에서 영세업체 수십 곳이 공사비 20억여 원을 떼였다는데요.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불도저 한 대에, 임직원은 단 한 명.
장비업체 대표 조항극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수입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에서 기반공사에 참여했는데, 공사비 3천여만 원을 못 받아섭니다.
▶ 인터뷰 : 조항극 / 건설장비업체 대표
- "기름을 넣고 지금 일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애들(자식들)에게 용돈 빌려서는…."
윤희자 씨도 같은 현장에서 일명 '함바식당'을 운영했는데, 하도급사로부터 근로자 밥값 1천여만 원을 6개월 넘게 못 받았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빚에 가게를 접을 판입니다.
▶ 인터뷰 : 윤희자 / 식당 운영자
- "(지난해) 12월에 가게를 내놨거든요. 손님도 너무 없고…."
이렇게 돈을 못 받은 영세업자는 모두 57명, 미지급금은 20억 원이 넘습니다.
검단 1단계 기반공사는 인천도시공사가 발주해 원청사와 하도급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영세업자 수십 명이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구조.
체납에 1차 책임이 있는 하도급사는 원청사에게 20억 원을 못 받아서 돈이 밀렸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 인터뷰(☎) : 하도급사 대표
- "노무비와 최소한의 장비업자들(대여료 등)은 우선 지급해주십시오(라고 했는데)….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
원청사는 줄 돈은 다 줬다고 설명합니다.
원청사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가 생겼지만 7억 원 정도이고, 이 돈은 다 지급"했다며 "20억 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공사를 발주한 인천도시공사는 영세업자들의 사정은 안됐지만, 미지급금을 공사가 줄 방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인천도시공사 관계자
- "그걸 모른 척하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든 이걸 해결하려고 계속 회의도 하고 있는데…."
이런 사태를 막으려고 발주처가 영세업자들에게 임금이나 장비사용료를 직접 주도록 한 법이 있지만, 예외가 많아 현실에선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국책사업인 신도시 개발에서조차 건설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영세업자들만 또 고통 속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todif77@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