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대남은 정치인들이 만든 개념, 민심과 거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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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인상' 등 이대남 잡기에 주력하면서 지난 대선들에 비해 젠더 이슈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 논쟁에 본격적인 불씨를 댕긴 것은 윤 후보였습니다.
윤 후보는 이달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부가 설명 없이 올렸습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으나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입니다.
또 여가부 폐지 공약이 논란이 되자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구상은 '개편'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앞서 여가부를 '평등가족부' 혹은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부처 명칭에서 '여성'을 뺐다는 점에서 '남성 역차별' 여론을 반영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안 후보는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정부 개편안을 발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 부처라는 게 하나만 떼서 이걸 없애고 말고 이럴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약만 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성별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내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부 부처가 여가부"라며 "정치권이 혐오나 차별·배제·부정의를 간과하고 혐오를 승인했기 때문에 이런 대선판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여가부 폐지론을 구호처럼 제시할 뿐 그 이후 구체적 정책 대안에 대한 발전적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젠더 철학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방송 CNN은 이에 대해 최근 일부 한국인들과 보수 정치인 사이에서 나오는 안티페미니즘 주장이 "기이한 현상"이라고 보도하며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CNN은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안티페미니즘 운동은 굉장히 기이하며 이는 우파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인 구애를 받으며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카리아는 "지난 5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79%에 이르는 한국의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한국은 2020년 기준 선진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상장사 여성 임원 비율은 5%밖에 안 되는 나라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습니다.
2020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가장 큰 남녀 임금격차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1.5%로 일본보다도 9% 이상 높았습니다.
자카리아는 "많은 남성이 온라인 등을 통해 '여성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그들은 여성을 '페미나치'로 표현하고, 페미니즘을 '암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또 여성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이에 차별적인 호주제를 폐지하고 비혼모와 이주여성을 돕는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안티페미니즘을 옹호한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기이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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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였습니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20대 남성 2명 중 1명은 반페미니즘 성향을 가졌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 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만 19세 이상 만 60세 미만 남성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50.5%는 적대적 성차별주의나 반페미니즘 의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의식은 30대(38.7%), 40대(18.4%), 50대(9.5%)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반면 여성을 약자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온정적 가부장주의'의 경우 반대 흐름을 보였습니다.
50대의 경우 61.6%가 온정적 가부장주의 성향을 보였지만, 20대는 23.8%만이 이런 성향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젠더 관계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1980∼1990년대 중반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낸 40∼50대 남성들은 노동시장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었지만, 고등교육에서 성별 격차가 거의 해소된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아래 성장한 20대 남성에게 여성은 치열한 경쟁상대로 인식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20대 남성의 불안감·박탈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은 기성세대와 비교할 때 생애주기에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많지 않고, 취업 시장에서는 여성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젠더 문제라기보다는 계층 갈등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그는 "주거와 일자리 문제는 정부와 기업에 책임이 있는데, 정치권이 이를 여성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20대 남성 내 특정 세력의 목소리가 '이대남'의 목소리로 과잉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권명아 동아대 국문과 교수는 "이대남은 기성정치인이 특정 세력을 지지 세력으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인데, 그 개념이 확장되고 세력화되고 있다"며 "마치 이대남이란 개념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애초에 만들어진 방식 자체부터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습니
김 교수도 20대 남성이 '이대남'이라는 하나의 속성으로 환원되지는 않으며 소득 수준과 계층에 따라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 교수는 "20대 남성의 정치 성향이 꼭 보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위선과 주거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반발이 큰 것이지 20대가 보수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