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말 오래된 핵연료봉을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죠.
원전을 가동 중인 전국 5개 지역에 임시로 폐기물을 보관하되, 주민들의 동의를 얻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5년 4개월 전 작성된 계획안과 다를 게 거의 없었습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핵폐기물 관리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더니 5년 넘는 시간동안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입니다.
탐사M 조동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정부가 지난달 말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2016년 작성한 1차 계획안입니다.
쓰고 난 핵 연료봉 중 정상보다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계획안으로, 2차 수정안이 나오기까지 5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두 방안이 얼마나 다른지 자세히 비교해봤습니다.
'독립 행정위원회를 신설할 것'과 '부지선정 기간을 12년에서 1년 늘린 것', 이외에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 인터뷰 : 황주호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1차랑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실제로 지연되고 미루어진 거죠. 재검토해서 새로운 게 없잖아요. 별로 새로운 게 안 나와서 5년을 그냥 좀 낭비한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는 탈원전을 국정과제로 삼으며 공약대로 핵폐기물 관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재검토준비단을, 2019년 5월에는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해법을 찾는 듯했지만 논의는 결국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 스탠딩 : 조동욱 / 기자
- "그사이 쓰고 남은 핵연료봉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한울과 고리 원전의 저장 포화도는 80%를 넘었고 월성 중수로는 98.8%로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다른 원전들 역시 10년 정도 뒤 포화가 예상되는데 지난 2005년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당시를 고려하면, 주민 동의와 법률 통과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폐기물 보관소가 들어설 지역 주민과 지자체장들은 "원전에다, 핵폐기물의 추가 위험까지 떠안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주낙영 / 경주시장
-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는 계획은 실행의 담보력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임시 저장한 폐기물을 영구 폐기장으로 옮겨야 하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영구 폐기장 건설은 계획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 인터뷰 : 조성경 / 명지대학교 교수
- "중요한 건 영구처분을 언제까지 하겠다가 없잖아요. 기본 계획 자체가 뭔가 자꾸 미루는 듯한 느낌을 주면 우리가 가져가는 게 받아들이기 어렵잖아요."
지금도 전국 24 곳의 원전에선 핵폐기물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조동욱 / 기자
- "별다른 변화없이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 속에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탐사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김회종 기자·김준모 기자·이형준 VJ
영상편집: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