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수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오는 25일 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대장동을 말한다)에서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저지른 배임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선 "이 후보의 후원하에 성남도개공 조직을 모두 장악했지만, 성남시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대원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윤 전 사장은 저서에서 대장동 사업의 진행 과정을 설명한 뒤 이 후보의 사업 관여 의혹의 근거로 언론에 보도된 '성남시 이재명 시장 사업결재 내역' 을 나열하며 이는 인허가권자의 당연한 업무라고 밝혔다. 해당 문서들은 2013년 3월∼2016년 11월 결재된 것으로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용역비 환수 계획 검토 보고' 등이다. 유 전 사장은 오히려 초과이익 환수 등 논란이 된 대장동 사업협약 체결 관련 공식 결재문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 전체 조직을 장악했고 이 후보에게 연결되는 보고 채널을 독점했기 때문에 다른 계통을 통한 보고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윤 전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유 전 본부장이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배임을 숨긴다면, 이 후보도 파악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서 "어떻게 이 후보가 이런 상황을 모를 수 있었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7년 6월 대장동 사업부지 북측 터널 공사와 배수지 신설 비용, 제1공단 공원 지하주차장 확대 비용으로 1120억원을 민간사업자에게 추가 부담시켰는데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 배임의 윗선이라면 이런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 진행 내용 등을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에게 보고하지 않고 저지른 배임이 유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면서 "다른 강력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더 이상 배임의 윗선(?)을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사장은 배임 의혹을 반박하는 이 후보의 일부 주장이 실제 상황에 비춰보면 앞뒤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가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환수한다면, 손실이 날 경우에는 확정이익을 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반박했는데 사업계획서에서 아파트 용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확정이익을 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과이익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당연하였고, 따라서 손실이 날 때는 확정이익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이 안 되는 엉뚱한 얘기"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이 후보의 후원하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조직을 모두 장악했지만, 성남시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대원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윤 전 사장은 "2018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들은 바로는 당시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 사업부서보다는 성남도개공이 주도권을 잡고 추진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면서 "이 후보가 성남시 도시관리사업단에 지시하면 여기서 계획을 짜고 이어 성남도개공에서 실행하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했다.
앞서 윤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초 퇴임 직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가 업무상 배임의 공범으로 판단된다며 부당이득 1793억원을 환수해야 한다는
2018년 11월 취임한 윤 전 시장은 2020년 12월 은수미 시장이 성실의무 위반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자신을 해임하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지난해 1월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고 업무에 복귀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본안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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