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침 개정…임대 동·호수 구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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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가구와 일반 분양가구가 분리된 형태인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 = MBN 보도 캡쳐 |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 임대 아파트를 함께 짓는 방식을 혼합 분양, 영어로 '소셜 믹스'(social mix)라고 합니다.
소셜 믹스는 국가 차원에서는 사회 통합이라는 취지에 걸맞기도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는 건설사에도 혜택이 있습니다. 바로 용적률 완화 혜택인데요. 국가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건설사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니 신규 건축, 재개발·재건축되는 아파트에서 종종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주택 동(棟)은 도색을 다르게 하거나, 다른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저층으로 짓고 멀리 떨어뜨려 놓는 등 취지가 무색한 '구분 짓기'로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렇게 소셜 믹스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임대주택 구분 짓기, 금지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아파트 공급 방식은 대표적으로 신규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이 있습니다. 이 중 신규 택지 개발은 특정 지역을 '사업 지구'로 정하고 그 지역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신도시 개발'이 대표적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택지개발사업 추진 사항을 규정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신규 택지 민간 분양 아파트 단지의 공공 임대는 동·호수 구분 없이 공급되도록 수정했습니다. (민간 분양 아파트 단지의 공공임대는 아파트 자체는 민간 건설사가 짓고, LH와 같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시행자가 매입해 공공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2021년 6월부터 시행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개정안에는 '사회적 혼합'이 촉진될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민간주택의 입주자를 모집하기 전에 무작위로 공공임대주택을 매입하기 때문에, 적어도 신규 택지 개발 과정에서는 임대 동 따로 짓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집에 살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공공임대주택 사업시행자가 무작위로 집을 사서 나눠 주는 방식이라 임대주택이라는 표시를 할 수 없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재건축·재개발 과정은 어떨까요?
재건축 과정에 대해 여러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에게 문의해 봤습니다.
우선 재건축 과정에서는 소셜 믹스와 관련된 명시적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소셜 믹스 준수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시도별로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재건축 기조는 사회 혼합을 위해서 어디가 임대주택인지를 모르게끔 하는 것이다. 소셜 믹스가 정립되지 않았을 때 별동(別棟)으로 지어진 경우가 있었던 것"이라며 임대 동을 구분하여 짓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셜 믹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재건축 계획안을 반려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에 대해 정비계획안에 소셜 믹스를 제대로 반영하라는 공급 계획 보완 통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법령이 없음에도 소셜 믹스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 주무관은 "자체적으로 건축 심의 전 품질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정책과에서 공공주택 사전 검토 TF팀을 구성하여 소셜 믹스가 구현되는지, 미리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령이 없기에 구분 없는 소셜 믹스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지자체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주택 관련 담당자는 "인가 권한이 시에 있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임대주택 소셜 믹스에 대한 유도를 따로 하지는 않고 있다"라며 "법적인 근거가 미비하고,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평형이 다르면 완전히 섞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정리된 입장은 따로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산시 해운대구 주택 담당자 역시 "사업시행자가 계획안을 가지고 오고, 우리는 법에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뿐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임대주택 구분에 대해 '차별이다, 아니다'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개발을 둘러싸고도 소셜 믹스와 관련된 법령은 따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임대 동을 따로 짓는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김주영 상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 사업 같은 경우 토지나 부동산 소유자가 중심이 되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임대 아파트 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재개발은 짧은 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심의를 받아 착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도 별동으로 지어진 경우가 간혹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듯 아파트 단지 내 임대주택 구분 짓기는 신규 택지 민간 분양 아파트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개정되었지만,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엔 구분 짓기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아파트 속 '임대주택 구분 짓
결국, 현재로선 임대주택 차별을 없애려면 지자체 차원의 차별 철폐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지자체가 차별 철폐에 나설 수 있는 동력은 지역주민의 차별 철폐 의지입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임대주택 차별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옥천 인턴기자 zse654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