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내가 알 바 아니오.'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남자주인공의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이 차가운 말은 미국영화연구소가 꼽은 '최고의 영화 대사'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요즘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보면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정말 중요한데 아무도 다루지 않는 게 하나 있거든요. 바로 '연금' 문제입니다.
국회 예산처는 오는 2039년에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엔 기금이 바닥난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 32살인 1990년생 직장인들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죠. 매달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을 더 내고 지금처럼 받거나 아니면 덜 받아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올려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으로 연금을 개혁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인데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은 연금에 대해 참 말을 아낍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연금개혁에 대해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고만 할 뿐이고, 그나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고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로마로 진격하기 위해 알프스산맥을 넘으면서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길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선 '청년'이 화두라는데 진정 청년을 위한다면 지금 당장 코앞에 '퍼주기'보다 이들이 나이 들어 필요한 연금에 신경을 쓰는 게 맞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의 반의반의 반만이라도 말이지요.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이 득표수만 따지며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외면해선 안 됩니다. 때로는 듣기 싫은 말이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제대로 된 지도자일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연금 고갈 다가오는데'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