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에스모 주가조작 사건' 주범 원심 파기환송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머티리얼즈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챙긴 주범에 대해 대법원이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2심 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30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적용된 ▲ 시세조종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 허위직원 또는 허위용역계약으로 인한 횡령 등 대부분의 혐의는 중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했으나, 주식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 혐의 가운데 일부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 대량보유·변동 보고 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이라며 일부 업체 주식의 경우 "이 씨는 보고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아니므로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주범 이 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대부분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씨 등은 2017∼2018년 코스닥에 상장된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 등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주가를 조작해 차익 83억 원가량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외국 정치인과 기업가를 섭외해 이목을 끌고 해외 기관들과 사업 하는 것처럼 꾸며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퍼트린 뒤, 주변인 명의로 만든 차명 증권계좌를 동원해 다수의 시세 조정성 거래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는 주가 조작 등 범죄를 주도한 결과 20개가 넘는 범죄사실에 연루됐고 이런 위법행위로 인한 이익액은 2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심은 이 씨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1,80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개별 공모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형은 그대로 둔 채 벌금을 300억 원으로 낮췄습니다.

검찰은 이 씨 일당이 에스모의 실소유주인 이 모 회장과 공모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회장은 에스모를 통해 다른 코스닥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서영수 기자 | engmat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