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주요 규정들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주요 선진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한한 차별,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 걸까요?
포커스M 심가현, 이기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이현우 씨는 2년여 전 A 업체에 취업해 파견 업무를 나갔습니다.
두 달 뒤, 동일 조건으로 이직하라는 사장의 권유가 있었고 이를 거절할 수 없어 B 업체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업무는 같았지만, B 업체는 직원 수가 5명 미만이었습니다.
얼마 뒤 이 씨는 해고 통보를 받았고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가 된 걸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 이현우 / 5인 미만 사업장 해고
- "부당해고인것 같아서 연락해서 구제신청 해주세요 하니까, '5인 미만은 안 됩니다.' 제가 5인 미만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닌데…"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수당 적용, 연차 휴가, 직장내괴롭힘 같은 근로기준법 주요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5명이라는 기준도 모호합니다.
지난해 10월까지 최 모 씨가 일한 피부 관리점의 평소 근무 인원은 6명.
직장내괴롭힘에 이어 해고통보가 이뤄진 시점에는 비수기라 4명만 나왔습니다.
법은 최 씨를 외면했습니다.
▶ 최 모 씨 / 피부관리점 해고
- "저는 5인 이상으로 면접도 보고, 5인 이상으로 일을 다 했는데 무슨 4인이냐 했더니 전산에는 그렇게 뜬대요. 괴롭힘 신고가 안 된다고…."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반려한 사례는 재작년 2백여 건, 작년은 8월 기준 3백 건이 넘습니다.
▶ 스탠딩 : 이기종 / 기자
- "이 같은 차별 속에 놓인 이들은 356만 명, 전체 노동자 5명 중 1명꼴입니다. 그래서 노동계는 제정된 지 70년 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는 공전하고 있습니다."
▶ 오승재 /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지난 6일)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또다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 책무를 외면했습니다. 법안 논의가 보류되면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거셉니다.
▶ 류필선 /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
- "코로나 사태로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버는 처지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확대적용 논의는 소상공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하지만, 괴롭힘방지 같이 사업장의 비용 증가와 무관한 조항에 대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권오성 /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 "원칙적으로 다 적용하되 소상공인들이 감당 못 할 규제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그것들을 빼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지…."
사람 수로 일반적인 노동법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법제도를 가진 일본과 대만은 먼저 업종으로 적용 여부를 나눈 뒤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도 참고할 부분입니다.
포커스M입니다.
영상취재 : 임채웅·라웅비 기자, 김형균 VJ
영상편집 : 오혜진, 유수진
그래픽 : 최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