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기일 당시 복지부에 단답 요구한 판사 저격
"지쳤지만, 지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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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방역패스가 시행된 10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북구청 시장산업과 직원들이 방역패스 시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광주 북구청 제공 |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생명은 '타이밍'이라며 법원의 방역패스 가처분 인용에 우려를 제기한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가 감염병 전문가로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국내 대표적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1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 동안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비과학과 싸워야 했고, 정치 편향과 싸워야 했고, 안티백서(백신 회의주의자)들과 싸워야 했다"고 호소하며 "감염병 재난의 시기에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이나 감염병 전문가들의 소통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감염병 전문가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나열했습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하고, 공무원이나 전문가를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참을성이 부족한 정치인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며 또 "불확실한 재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명확하게 단답식으로 답하라 하는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판사들을 이해 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된 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취소 소송과 관련, 지난 7일 열린 첫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측에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무엇이냐. 단답식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가 "접종 완료자가 99%가 되면 의료 체계가 붕괴되지 않느냐", "예방접종과 상관없이 의료 체계는 붕괴한다는 것이냐. 방역패스는 의료 체계 붕괴를 막는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복지부 측이 "유행이 증가할 때 방역패스를 넓혔다가 유행이 줄면 좁히는 식으로 조절한다"고 질문과 다소 어긋난 답을 내놓자, 재판부가 '단답식'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이 교수가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판사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심문 기일 당시 해당 대화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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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적 3천㎡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 등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고객 핸드폰에 쿠브앱 설치를 도와주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아울러 이 교수는 "(전문가들은) 극한 상황에서 소통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그런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고, 개인의 열심으로 온 몸으로 틀어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지친다. 그런데 지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야속하다"며 "이렇게 2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까"라고 적었습니다.
앞서 이 교수는 다수의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학원과 독서실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설에 대해 방역패스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된 것을 두고, 방역 정책이 중간에 제동이 걸리면 정책 효용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편, 이른바 '학원 방역패스'는 현재 효력이 정지된 가운데, 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부 시설이라도 효력 정지 신청이 받아 들여지면 정부의 방역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