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 숨진 현장서 혼자 살아남은 40대 남성…'살인' 유죄

아내·딸과 동반자살 계획…살인죄·자살 방조죄
유서·유전자 감식 결과 아버지가 딸 직접 살해

↑ 사진 = 연합뉴스

법원이 모녀가 사망한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에게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2부(노재호 부장판사)는 어제(7일) 살인,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10일 밤부터 11일 오전 5시 30분 사이 전남 나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딸(8)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더불어 아내 B씨가 약물로 목숨을 끊은 것을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A씨는 소방당국에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아내와 딸이 숨져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발견 당시 아내는 목을 매달아 있는 상태였고, 딸은 침대에 누워 숨져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들 부부가 이전부터 경제적 사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어 부부가 딸과의 동반 자살을 계획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자신이 아니라 부인이 딸을 숨지게 했으며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전날에도 컴퓨터 유서를 통해 딸과의 동반자살을 암시했고 딸의 몸에서 A씨의 유전자만 검출됐다는 점에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딸에게서 신경안정제를 해열제에 섞어 먹인 것이 드러나 A씨의 살인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딸이 가장 믿었던 아버지의 손으로 무참히 살해됐고 아내의 자살을 막지 않고 정신적으로 도왔다"며 "더는 대출받을 방법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하나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부모가 자식의 생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그릇된 판단을 했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어린 딸의 생명을 앗은 것을 평생 후회하며 살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도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