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업체가 치운 낡은 항아리…"그 안에 평생 모은 돈 들었다" 발동동

↑ [사진 = 연합뉴스]

"청소업체가 다녀간 뒤 4500만원이 들어있는 항아리가 없어졌어요"
작년 10월 30일 저녁 8시쯤, 은평경찰서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발신인은 다급하게 외쳤다. 사연인 즉, 서울 은평구에서 혼자 사는 70대 어머니의 집을 치우기 위해 40대 딸은 어머니가 외출한 뒤 청소업체를 불렀다.
어머니는 청소업체가 집을 깨끗이 치운 뒤 돌아왔다. 깨끗해진 집을 둘러보던 어머니는 한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항아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항아리에는 자신이 평생 모은 돈 4500만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업체에 집 청소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 화근이 됐다.
당황한 어머니는 딸에게 돈이 든 항아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말했고, 딸이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은평경찰서 연신내 지구대는 이때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딸과 경찰이 청소업체 사장에게 전화를 여러 차례 걸었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해당 청소업체의 사무실이 있는 노원구와 광진구 등의 관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순찰차를 보냈다.
연락이 안 닿았던 업체 사장과도 이때쯤 연락됐다. 사장은 "술을 먹느라 연락을 못 받았다"면서 "버린 물품은 경기도 포천의 쓰레기 창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고, 가족들은 그날 밤 11시 포천에 있는 쓰레기 창고를 뒤져 항아리를 찾았다. 어머니가 평생 모은 돈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고에 모여 있던 쓰레기가 매립지로 옮겨졌다면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돈이 온전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머니와 딸은 경찰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사건을 처리한 연신내 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다음날 자칫 돈이 사라졌다면 해결이 어려워졌을 수 있었는데, 빠른 조치로 찾아 돌려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청소업체에 대해 돈이 그대로 있었던 점과 "다 치워달라"고 말했던 고객의 요청 등에 비춰 돈을 훔치려 한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