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CCTV 시계 탓에 엉뚱한 녹화분 재생”
↑ 지난 1일 오후 강원 고성 민간인통제선 부근에서 포착된 월북자 김 모 씨의 모습. / 사진=국회 국방위원회 |
1년여 전 귀순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월북한 탈북민 김 모 씨(29)가 이중으로 된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데 4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5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일 오후 12시 51분쯤 강원도 동부전선 민통선 주변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김 씨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 씨는 철책 하나를 넘는데 2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군 당국은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 3대에 찍힌 시간대 등을 토대로 종합 분석한 결과 이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GOP 철책은 ‘남쪽 철책’(광망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과 해당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북쪽 철책’ 등 이중으로 돼 있습니다. ‘남쪽 철책’의 경우 높이는 3m에 달하며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 철조망을 덧댄 형태입니다.
대형 그물망 사이에는 알파벳 와이(Y)자 형태 브라켓이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해 철책 기둥 위로 설치돼 있습니다. Y자 브라켓 중 일부에는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Y 브라켓 맨 끝부분에는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단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습니다. 이러한 설계로 철책을 절단하거나 오르기 위해 체중을 싣는 경우 광망 경보가 울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망형태의 판망(철조망)을 잡고 기어 올라가는 순간 광망을 당겨 ‘절곡’ 알람이 울렸던 것”이라며 “이후 브라켓을 잡고 철조망을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영수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김 씨는 지난 2020년 11월 귀순 때도 동일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었습니다. 당시 군 당국은 광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시체계의 허점을 보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했지만, 군의 허술한 감시경계 병력으로 김 씨를 놓쳤습니다.
김 씨가 오후 6시 36분 철책을 넘는 순간 과학화감시장비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그러나 군의 초동조치는 6분 후에 발동했습니다. 이미 김 씨가 이중철책을 넘은 뒤 몸을 숨긴 이후입니다.
군의 허점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남측의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을 사라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 이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제 촬영 시각 차이 때문입니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분가량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김 씨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한편, 북한은 김 씨의 월북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2020년 7월 월북이 발생했을 때 4~5일 만에 개성을 봉쇄하는 등 정치국 비상회의를 소집해 코로나 방역 경보를 내린 바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