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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설립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출범식이 2016년 10월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5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8년 중순 법무부(당시 박상기 장관)는 청사 기둥에 법무부 현판과 함께 부착돼 있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현판을 떼 서울지방교정청, 경인지방통계청 등 현판이 있는 다른 기둥으로 옮겼다. 전직 법무부 고위 관료 A씨는 "행사 때마다 법무부 현판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데 북측에서 언론보도 사진에 나온 기록보존소 현판을 보고 언짢아한다고 해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법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북한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몇 달 뒤인 같은 해 9월 법무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내보내고 파견 검사들을 불러들여 북한인권법에 따른 활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 B씨는 "인권범죄자 기소를 위한 자료를 만드는 기관에서 검사들을 뺀 것은 활동을 사실상 마비시킨 것"이라며 "북한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정부가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존재를 묻으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통일 후 북한의 인권범죄 가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인권침해 현황을 수집·보존하는 기관이다. 북한 인사들에 처벌 가능성을 상기시켜 인권침해를 제지하는 역할도 한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벤치마킹한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소는 동독의 인권범죄를 기록해 인권침해를 억제했고 통일 이후 실제로 인권범죄자들의 처벌을 이끌어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판 제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무부 현판 바로 아래에 부착돼 있어 법무부 현판이 아닌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현판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청사 퇴출와 인원 축소에 대해서는 "과천 청사 사무공간이 부족해 이전했다"며 "보존소는 '현 시점'에서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수사하거나 공소제기 역할을 수행하는 수사기관이 아닌 행정업무 수행기관이다"고
정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지우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다른 산하 기관과 달리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법무부 홈페이지에 연혁, 활동내용, 사무실 전화번호 등 정보가 나타나지 않는다. 법무부는 "직원 신변 안전과 보안을 위해 게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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