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cm 막대로 항문 찔러 살인…자수 전 출동한 경찰은 술 취해 잔단 말에 철수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술에 취한 상태로 직원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폭행하고 숨지게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의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경찰이 가해자의 자수 전 현장에 한 차례 방문했지만 그냥 돌아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지난달 31일 새벽 2시쯤 "스포츠센터에서 어떤 남자가 누나를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폭력을 의심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A씨는 "누나를 폭행한 가해자가 도망갔다" 등의 말을 하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구했으나 A씨는 자신이 나중에 따로 누나를 때리고 도망간 남성을 고소하겠다며 영상 공개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은 당시 센터 바닥에 누워있던 피해자 B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가슴에 손을 얹어봤지만 자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A씨는 "(B씨는) 이번 사건과 상관 없는 사람이고 술에 취해 잠든 것이니 건들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A씨가 신고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현장에서 별다른 범죄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그대로 돌아갔다.
A씨는 약 7시간 후인 같은 날 오전 9시쯤 "일어나보니 직원인 B씨가 의식이 없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보니 B씨는 사망한 상태로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소견을 토대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B씨의 항문 부위가 막대에 찔리면서 장기가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1차 소견을 내놓으면서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