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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동안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한 박춘자(92) 할머니가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평생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남 교수는 지난달 3일 국내 주요 기부단체와 기부자 등을 초청해 격려하는 청와대 행사에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남 교수는 이 자리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 자격으로 해당 행사에 참석한 박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는 당시 박 할머니의 발언을 듣고 느꼈던 소회를 페이스북에 남겼습니다. 그의 글은 한국일보 칼럼에 ‘이 시대의 성자 김밥할머니’라는 제목으로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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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동안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한 박춘자(92)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
남 교수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 5000만 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한 기부자"로 본인이 소개되자 영부인의 손을 잡고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내 그는 “저는 가난했다. 어머니가 없이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박 할머니는 “열 살 때부터 경성역에서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돈이 생겨 먹을 걸 사먹었는데 너무 행복했다”며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할머니는 “그 뒤로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줬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며 “모두 나누며 구십이 넘게 살아왔다”고 평생에 걸친 나눔을 담담히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다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며 “방금 (김 여사가)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 주던 아버지 손이 생각나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남궁인 교수는 박 할머니를 가리켜 “성자”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봤다고 합니다. 남 교수는 또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 원마저 기부하고,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남 교수는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 분명했다”며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
끝으로 남 교수는 “어떤 한 생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것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일 것이다”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