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한 가정의 보호자로 부모나 조부모의 병간호를 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라고 불리는 10대, 20대들이 있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대상에서 빠진,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 케어러들의 목소리를 김태림 기자가 제보M에서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지적 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A 씨는 지난해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가 됐습니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A 씨는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가장이 된 겁니다.
▶ 인터뷰 : A 씨 / 영 케어러
- "지출, 식비, 생활비 그걸 제가 부담을 해야 하니까 약간은 미혼모가 된듯한 기분…우울증이 좀 왔었어요. 번아웃(무기력증) 진단을 받고…"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16살 때부터 돌보고 있는 김율 씨.
처음엔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했고, 자신이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아버지의 정신질환을 발견했지만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이 됐습니다.
▶ 인터뷰 : 김 율 / 영 케어러
- "안타까움을 느껴요. 어른다운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아버지가 기능이 저하되지 않았을 텐데…"
영 케어러 대부분이 10대에서 20대로 부모가 65세 이하인 경우가 많아,
노인 돌봄서비스는 물론 장애인 지원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도 쉽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범중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기존에 어떤 일을 왕성하게 해왔고, 실직인 상태가 얼마 안 됐고 그런 상황이라면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선정되기가 쉽지는 않죠. 왜냐면 그것도 다 절차가 있거든요."
특히 배우자가 간병을 책임지는 가정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혼 가정이 많아지면서 '영 케어러'가 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커녕 실태 조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정익중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어떤 정책이든지 정책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황파악이 가장 우선인데 영케어러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현황파악도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을 만드는 것조차가 어렵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한창 미래를 꿈꿔야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돼버린 '영 케어러'들.
이제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MBN뉴스 김태림입니다. [goblyn.mi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