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꽉 차 있는 거 안 보여?'
치사율 100%인 최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정부가 국가 재난 사태를 발령하고 급기야 도시를 폐쇄한다는 영화입니다. 대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 건 사투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죠.
불과 두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할 정도로 의기양양하던 한국이 어느새 하루 4, 5천 명을 오가는 확진자와 1,000명이 넘는 위중증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가 됐습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스크 열심히 쓰고, 거리두기에 적극적이고, 백신 접종률이나 의료수준도 최고인데 말입니다.
오미크론 같은 변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본이 하루 확진 200명대, 대만이 십여 명대인 거에 비하면 안타깝기만 하죠.
지난주, 방역당국이 코로나로 입원 중인 중환자들에게 보낸 '전원명령서', 병실을 강제로 옮기라는 행정명령을 보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문제점이 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일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코로나 환자 210명은 이틀 내에 병상을 비우라는 건데, 만일 거부하면 격리병상 비용과 과태료까지 물린다고 합니다.
오죽 병상확보가 급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중환자 병실을 마치 호텔 객실 비우듯 한꺼번에 비우는 게 가능할까요?
현재 국내 중증환자 전용 구급차는 서울에만 달랑 2대. 인공호흡기나 고유량 산소치료를 하는 환자들은 병원을 옮기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냅니다.
방역 모범국, 대만의 라이칭더 부총통은 지난 10월 강제봉쇄 없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온 대만의 코로나 대처 비결은 과학과 민주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북치고 장구 치는 독선, 독주, 독단 대신, 의료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실현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은 정책을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청와대는 지난 금요일 '병상 확충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병상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며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상 확충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처럼 전쟁의 현장인 병원들이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반발하는 조치들은 그럼 나오지 않겠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중환자 어디로 가라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