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딸 23년 돌보다 지쳐 살해한 친모, 특별사면 됐다

'지속적 고통에 따른 우발범죄'로 분류
일 그만두고 23년간 딸 돌봐…병세 악화되자 살해

↑ 법원/사진=연합뉴스

20년 넘게 조현병을 앓던 딸을 돌보다 병세가 악화하자 끝내 살해한 60대 여성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습니다.

오늘(24일) 법무부에 따르면 60대 여성 A 씨가 '지속적인 고통에 따른 우발 범죄'로 분류돼 사면 대상자가 됐다고 전해졌습니다.

법무부는 A 씨를 두고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딸을 장기간 보호하면서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던 중 우발적으로 딸의 생명을 침해한 수형자"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딸 B 씨가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을 앓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B 씨를 돌보는 데에만 매진했습니다. B 씨를 위해 입원·통원 치료를 받게 했으며, 작년까지 총 23년을 돌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B 씨는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는 것을 거부하고 심한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등 점점 병세가 악화했습니다. 이에 지친 A 씨는 작년 5월 새벽에 자택에서 잠을 자던 B 씨를 살해했습니다.

1심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남편이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데다가,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보다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은 "피고인과 남편이 죽은 후 혼자 남을 피해자가 냉대 속에 혼자 살 수 없다고 판단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남편도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딸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대법원도 2심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날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된 A 씨는 남은 형기(1년 3개월 3일)를 감형받게 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