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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서울 종로3가 묘동에 위치한 한 귀금속상점 모습 [방영덕 기자] |
오후 2시에서야 '개시 손님'을 맞이한 김모 사장에게 손님은 14K반지 2개와 일명 깨알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이트골드 반지를 팔고 싶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날 금 시세에 따라 손님의 귀금속을 35만원에 매입을 했다.
김 사장은 "다음에 금값 떨어지면 사러 온다거나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오겠다는 말에 매입이라도 적극 해주고 있다"며 "요새 같아선 귀금속을 사러 오는 손님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는 연말 선물 수요가 몰리기는 커녕 한산하기만 했다. 종로3가 옛 단성사 극장 뒤편 지역의 묘동과 봉익동에 위치한 귀금속 거리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걸린 상점들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과 돌잔치가 크게 줄고 경기불황에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여파 때문이다. 여기에 치솟은 금값이 귀금속 장사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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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에 위치한 귀금속 상점 유리문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방영덕 기자] |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 돌잔치는 이미 줄을대로 줄은 상황이다. 2년째 예물이나 돌반지 등을 사러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이 일대 금은방 업주들은 이미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거의 다 내보냈다. 대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나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금은보석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야 할 매대가 텅텅 비어있기도 했다. 업주들은 귀금속을 판 돈으로 또 다른 귀금속을 사 매대를 채우는데, 그러지 못해 생긴 것이었다. 매출로 새 귀금속을 사 매대를 채우는 대신, 당장 내야할 가게 임대료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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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에 위치한 금거래소 모습 [방영덕 기자] |
업주들은 최근 종로 금은방을 찾은 손님 10명 중 8~9명은 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금 몇돈씩을 가져와 팔려는 사람들 말을 듣다보면 "사연없는 사람이 없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 곳에서 10년 이상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우리도 코로나로 힘들지만, 금을 열돈씩 가져와 팔아 생활비나 가게 운영비로 써야한다는 분들의 말을 들으면 다 딱하다"고 말했다.
업주들 입장에선 금을 매입하는 경우 시세가 정해져 있어 이윤이 낮다. 목걸이나 반지 등 세공품을 팔아야 이윤이 그나마 남는데, 금값이 많이 올라 귀금속을 사려는 문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씨는 "여기 업주들 중에 속앓이 안하는 사람이 어디겠냐"면서도 "그 동안 번 돈은 작년에 이미 다 썼고, 지금은 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코로나 끝이 안보여서 정말로 큰일이다"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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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요즘 결혼 예물로 재판매하기 쉬운 골드바를 찾는 등 '금테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듯 골드바를 파는 금거래소가 종로3가 지하철 역 입구 근처에만 4곳 이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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