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여대생 숨지게 한 음주 뺑소니…징역 11년 선고

운전자, 사고 직후 블랙박스 떼낸 채 달아나
공판 과정동안 30여차례 반성문 제출
"음주운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 무겁다"

↑ 만취상태로 보행자 치고 달아난 A 씨 징역 11년/사진=연합뉴스

늦은 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대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30대 운전자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 낮은 형량입니다.

오늘(16일) 대전지법 형사7단독 김지영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10월 7일 오전 1시 30분께 음주 상태로 카니발 승합차를 운전 중 대전 서구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2명을 들이받았습니다. 그 후 아무런 조치없이 그대로 달아났고, 이 사고로 20대 여성이 숨지고 30대 남성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숨진 20대 여성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대전에 살며 대학교 졸업을 앞두던 학생으로,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A 씨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4km 떨어진 곳까지 계속 차를 몰고 가다가 인근 인도로 돌진해 화단을 들이받고서야 멈췄습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3%로, 면허취소 기준 수치를 한참 넘어섰습니다.

또 A 씨는 사고 직후 차량 블랙박스를 떼어내고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A 씨가 신호위반을 했고, 사고지점이 횡단보도였다는 점, 사고 구호 조처없이 달아난 점 등을 고려해 '윤창호법' 규정상 가장 높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자 A 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가 재판부에 날아들었고, A 씨는 공판 과정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 피해 여대생 유족이 남긴 청와대 국민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숨진 여대생의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대 내 사랑하는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을 바라는 바다"라며 청원을 남겼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단순한 음주가 아닌 만취 상태의 뺑소니"라며 "이번 사고는 묻지마 살인과 다를 바 없다. 적어도 징역 15~20년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음주 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는데, 판결문에 어떠한 표현으로도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유족이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동종 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한 피해자의 모친은 "형량은 만족스럽지 않으나, 무기징역을 받았어도 (딸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무슨 결과가 필요할까 싶었다"며 "피고인은 무기징역 구형을 받자 이틀 뒤 합의하자고 하던데, 우리 아이는 못 돌아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 아이는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계를 1년 내고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다"며 "얼마 안 있으면 졸업인데 졸업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지금 너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