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산 계약서까지 있는데, 멀쩡히 살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면 여러분 어떠시겠습니까?
인천의 한 마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석 달 전, 이 씨는 어머니와 살던 집에서 보상금 한 푼 없이 쫓겨났습니다.
어머니는 갈 데가 없어 집앞에 매트리스를 깔고 한 달을 버티다 지인 집으로 들어갔고, 이 씨도 고시원 생활을 하는 지인에 얹혀사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씨가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이 된 건 재개발을 앞두고 법원이 무허가 건물에 대한 퇴거소송을 낸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면서입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퇴거당한 주민
- "(집 안 살림을) 빼는 데에는 심지어 30년 동안 살았지만 2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그 상태에서 심정이 진짜…."
이 씨는 정당한 보상권을 주장합니다.
이곳은 도시개발법에 따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법에 따르면 집이 무허가여도 1989년 1월 24일 전에 지어졌고, 지구가 지정된 2014년 2월 이전 1년 전부터 살았다면 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하지만, 이 씨 가족은 매매계약서까지 있는 멀쩡한 자기 집을 내놓고 보상금을 못 받은 건 물론, 법으로 주게 돼 있는 주거 이전비조차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시행사는 이런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합니다.
무허가 주택이 1989년 이전에 지어졌다고 해서 모두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공고 시점 이후에 사업자가 땅을 산 경우에만 무허가라도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보상공고는 작년 2월 18일에 이뤄졌고, 사업자가 이 씨 집의 땅을 산 것은 이보다 앞선 1월 17일 이기 때문에 보상 의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시행사 관계자
- "기준에 따라서 한 것이거든요. (보상금을) 줘야 하고 줄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주민 측 변호사는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이 동네가 재개발되는 건 10여 년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시행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보상공고 시점만으로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편협한 법 해석이라는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정양현 / 변호사
- "사업이 없었으면 평온하게 사셨을 사람들이 사업 때문에 지금 강제로 쫓겨나고 이사 가는 상황이라고 하면, 법 적용을 심각하게 잘못하고 있는 거고…."
이 씨처럼 당장 쫓겨날 처지에 놓인 주민은 30가구나 됩니다.
추운 겨울에 거처도 없이 떠돌아야 할 처지가 된 주민들은 구청이나 시청이 나서 중개해서라도 보상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거 이전비라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todif77@mbn.co.kr]
[영상취재 : 김 원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