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서도 시신 보였지만 방범창 뜯고 주거 침입
모서리 부분이 찢겨진 공책, 사라진 노트북
↑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전경 / 사진 = 연합뉴스 |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여군 하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인권센터가 군사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유가족 측 또한 수사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해당 사건과 성폭력 피해의 연관성이 은폐 됐다는 의혹이 다시 한 번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앞서 여군 A하사는 지난 5월 11일 오전 8시 48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 경찰이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준위를 도운 정황이 담긴 증거를 공개했습니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5월 16일, 부대 주임원사는 이모 준위에게 "(군사 경찰 수사관이) '걔를 위해서 한 거라고 얘기를 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부대 주임원사는 이모 준위와 함께 A하사의 숙소 방범창을 뜯고 들어간 인물입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8전투비행단 성추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진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군인권센터는 "되려 (군사경찰이) 가해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서 도어락을 눌러보고, 방범창을 뜯어 침입하고, 가택을 수색한 행위에 대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는 군사경찰이 되려 가해자와 주임원사에게 면피 방법을 알려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오늘(14일) 이모 준위의 수사기록을 입수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모 준위가 집안 가장 깊숙한 곳에 놓여 있던 A4용지를 만진 점, 창문에서도 시신이 보였지만 방범창을 뜯고 집에 들어간 점, 모서리 부분이 찢겨진 공책이 발견된 점, 평소 A하사가 사용하던 노트북이 사라진 점, 외시경을 가린 휴지가 A하사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점, 이모 준위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사라진 점 등 A하사 사망 현장은 의문 투성이였습니다.
이모 준위는 A하사 사망 당일 A하사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며 숙소를 찾아가 문을 열려는 시도를 했고, 이후 나중에 도착한 주임원사와 함께 방범창을 뜯고 숙소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이모 준위는 A하사 시신을 발견한 이후에도 A하사 소지품을 만지며 집 안을 수색하며 현장을 훼손했습니다.
↑ 이모 준위가 (우측 화살표)A하사 숙소 창문을 넘어 들어온 뒤에 만진 A4용지는 집안 가장 안쪽에 있었다 / 사진 = 경향신문 제공 |
이모 준위는 군 경찰 조사에서 사망 현장 물건에 손을 댄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서 "종이 이런 것을 (만졌다)"는 내용의 통화 기록이 나오자, A4용지를 만진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모 준위가 만졌다는 A4용지는 방범창을 뜯고 들어간 곳으로부터 A하사 시신을 지나쳐야 했으며 가장 깊숙한 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모 준위는 방범창을 뜯고 주거 침입을 한 이유에 대해 "A하사가 자는 줄 알고 깨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현장 감식반 등이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창문을 뜯지 않고도 A하사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A하사의 숙소 구조 상 창문을 모두 연 상태라면 A하사가 사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방범창을 뜯고 침입한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8전투비행단 성추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진자료(모서리가 찢긴 공책)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이 밖에도 A하사 옷방의 빨래 건조대 위에 있던 공책 모서리가 찢겨 있는 것과 관련해 유가족 측은 해당 부분에 A하사의 유서 내용이 있었을 거라고 보고 있으며, A하사 숙소 현관문 외시경을 가리고 있던 흰색 휴지가 A하사 집에서 발견된 휴지와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군가 밖에서 안으로 들여볼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외시경을 가렸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A하사는 사망 이틀 전 이모 준위의 차량에 탑승해 15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이모 준위의 차량 블랙 박스 영상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언제까지 사건을 축소, 은폐하며 가해자에게 불리한 정황을 숨겨 비호하려는 군사 경찰, 군검찰의 작태를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군사법원까지 모두가 한통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초동 수사 현장에서 몸수색도 안 하고 차량 수색도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고, 구속수사 요청까지
공군 측은 군 인권센터의 의혹 제기에 대해 "현재 재판 중인 사안으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