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여성·공범 연쇄살인 권재찬 "죄송하다"

인천 연쇄살인범 권재찬(52)이 금품을 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중년 여성을 계획 살해한 것으로 경찰이 결론을 냈다.
경찰은 또 권씨가 이 여성에 대한 살해 혐의를 떠넘기기 위해 40대 공범을 끌어들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4일 강도살인·사체유기·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한 권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검찰로 가기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권씨는 "피해자들과 무슨 관계인가" "어떤 갈등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입을 닫았다. "우발적 범행 주장했는데 계획 범행 아닙니까"라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피해자들에게 사죄할마음 없느냐"고 질문하자 "죄송하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최근 얼굴·나이 등 신상공개가 결정된 권씨에게 "마스크를 벗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고개를 저어 거절의사를 표시했다.
권씨는 지난 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상가건물에서 평소 알고 지낸 5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 수백만원을 인출하고,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날 오후 인천시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A씨의 시신 유기를 도운 40대 남성 B씨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권씨와 달리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으로 결론 냈다.
권씨가 A씨를 살해하기 전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낸 점, 시신 부검 과정에서 약물이 검출된 점,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을 토대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권씨가 이번 사건을 B씨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공범으로 끌어들인 뒤 범행 은폐를 위해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권씨는 경찰에 검거된 직후 "B씨가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 송치 후에도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행 동기를 명백히 하고, 추가 여죄 등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권씨는 18년 전인 2003년에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사망 당시 69세)를 때려 살해한 뒤 수표와 현금 32만원을 훔쳐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뒤늦게 붙잡혔다.
당시 강도살인과 밀항단속법 위반 등 모두 5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감형됐고, 징역 15년을 복역한 뒤 2018년 출소했다.
권씨는 1992년에도 강도상해죄로 징역 6년을, 1998년에는 특수강도 강간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