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 가득 찬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은 불이 나면 불쏘시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래되거나 작은 건물 주차장은 여전히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부산의 한 오피스텔.
기계식 주차장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시작된 불이 폭발하듯 밖으로 품어져 나옵니다.
수원의 다세대주택은 외벽이 까맣게 그을렸고, 필로티 주차장엔 자동차가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주민
- "펑펑펑 하더라고. 불이 삽시간에 올라간…."
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주차장 소방설비가 강화됐지만, 피해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이곳은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1층에 주차장이 있는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주택이 많은데요. 소화설비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차장 천장엔 조명만 있을 뿐입니다.
다른 건물 역시 스프링클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시기와 대상입니다.
필로티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된 건 2018년.
그전에 지어진 건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인데, 심지어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같은 기본적인 소화설비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18년 이후 지어진 건물이라도 5층 이하 건물의 필로티 주차장 등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제도적 공백 속에 주차장은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불이나 1명이 숨진 수원 다세대주택 주차장도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 인터뷰(☎) : 수원소방서 관계자
- "스프링클러 설비는 그런 대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의 기계식 주차장에도 스프링클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부산 동래소방서 관계자
- "법적 기준에 안 돼서 스프링클러 설비는 없었습니다."
작은 건물 주차장에도 스프링클러나 대체 설비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라면 (최소한) 소화기나 호스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사용법을 잘 익혀서 화재 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차장에는 연료가 든 차량이 있는데다 외부 공기 유입이 쉬워 큰불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화재 예방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정지훈 VJ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최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