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출신이 사장 자리에 다시 지원하는 시대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차기 사장 공모로 어수선하다.
국정원 출신의 차기 사장 응모 소식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군사정권과 같이 막을 내린 줄 알았는데 다시 부활하는 것이냐" "차라리 힘 있는 사람이 오는게 낫다" 등 반응이 다양하다.
한국공항공사는 2018년 12월 임명된 손창완 사장이 13일 임기 3년을 마무리하면서 후임 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달 말께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 2명을 청와대에 추천하면 이르면 1월께 최종 한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통해 지원자 8명중 5명을 추려 기재부에 통보했다.
각 계 취재결과 국정원 전 차장(차관급) A씨, 국토부 전 실장 B씨, 공군 출신 장성, 민간 기업인 출신 등이 5배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토부와 공사 안팎에서는 국정원 출신 A씨가 가장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 출신 지원이 문민정부 출범 이후 자취를 감췄다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01년 국제선 기능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넘긴 뒤 한국공항공단에서 한국공항공사로 전환됐다.
이후 6명의 사장이 임명됐는데 경찰 고위직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초대 윤웅섭 사장을 시작으로 이근표·김석기·손창완 사장이 경찰 출신 계보를 이었다.
공군 출신으로는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 공사 내부 출신으로는 성시철 전 사장이 유일하다.
그 이전인 한국공항공단 시절엔(1980~2002)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중앙정보부 관련 인사가 있긴 했다.
공군 준장 출신으로 서울신문사 전무, 중앙정보부장 직무대행을 한 윤일균 이사장(1980년 5월~1986년 9월), 특전사령관, 국가안전기획부 안전조정통제본부장, 국가안전기획부 자문위원장을 지낸 육완식 이사장(1991년 6월~1993년 11월)이다. 이들은 군사 정권 시절에 임명된 이사장들 이었고,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출신 지원은 막을 내렸다.
만약 A씨가 차기 사장으로 취임한다면 28년만의 부활이 되는 셈이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공모 조건에 맞으면 전직과 무관하게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고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을 갖춘 분, 공항 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을 갖춘 분,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을 갖춘분,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다.
공모자격에 정보기관 출신 배제 조항이 없어 A씨 역시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안전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기관 출신의 지원 자체가 문제란 지적이 제기된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문민정부 이후 공항 공기업 수장에 국가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발탁된 적이 없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공항 공기업 역사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 이후 정보기관 출신 인사가 더 이상 사장에 발탁되지 않은 건 과거 군사정권과 단절하고, 정보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신호로 읽혔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 국정원 인사가 사장 후보로 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돌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 온 문재인 정권에서 이 같은 지원자가 나오자 뒷말이 무성하다.
문재인 정부는 재임기간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을 약속했다. 실제 국회가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공수사권과 , 내란.외환죄 수사권, 국정원 직원의 직무상 범죄에 다른 국정원 자체 수사권도 폐지됐다. 비대해진 국정원 조직의 힘을 빼 대북·해외 기능을 전담하는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었다.
국정원 출신의 공기업 사장 지원은 이런 기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전문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입장에서 공항은 국가 안보 상황을 다루는 중요 국가시설이지만 그 경험 이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형공기업으로서 세계 항공·공항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공항 활성화와 서비스 차별화, 지속가능한 경영 마인드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A씨는 국정원에서 대북·해외라인을 지휘했고, 북한·해외·기획조정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공항 고유 업무와의 연관성은 약한 인사로 평가된다.
한 공항 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통제 문화에 익숙한 정보기관 인사가 시장형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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