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성폭행 피해 재판…'영상재판'통해 첫 실형 선고

↑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휴대전화 오픈 채팅을 통해 처음 만난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전국 최초로 '영상 재판 프로그램'을 통해 실형 선고가 내려진 사례가 나왔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해외로 출국한 뒤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국내 입국이 어려워진 가운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외국 거주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3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월 오픈채팅방으로 만난 외국인 여성 피해자가 잠자는 틈을 타서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몸을 짓눌러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3월 10일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해외로 출국하면서 재판이 미뤄진데다 피고인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참고인 증인 4명 신문은 직접 목격자가 아닌 탓에 피해자의 증언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와 영상 증언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후 피해자에게 연락해 지난 8월 구축된 영상재판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피해자에게 중계장치 설치를 안내하고 리허설을 실시하는 등의 방식을 걸쳐 지난 9월 15일 피해자 증인신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한 법원은 지난 3일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 없이 실체 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영상 증언 기법까지 동원해 진실을 규명하고 거짓으로 법망을 벗어나려는 성폭력 사범을 엄단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법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공판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