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사진 = 연합뉴스] |
# "정말 지질하네요" 한 피고인이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마치자 판사가 한 말이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대답을 할 때 말끝을 늘이는 식으로 말하자 "피고인, 말꼬리 길게 빼지 마요. 듣기 짜증나니까. 한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 "뭐라는 거야…변호인, 그런 것은 의견서에다가 쓰세요. 그걸 왜 여기서 물어봐요?" 변호인이 진술하는 도중 반말투로 화를 낸 판사도 있었다. 변호사가 말하는 중 판사가 말을 끊고 "그건 잘 모르겠고" "그건 좀 아닌 것 같고"라며 반말로 면박을 준 사례도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 변호사)가 13일 '2021년 법관평가'에서 공개한 문제 사례들이다. 법관이 재판 당사자들을 향해 반말투로 면박을 주거나 구속을 빌미로 협박하는 듯한 언행 등이 지적됐다.
서울변회는 "적절하지 못한 재판진행을 한 다섯 명의 법관을 하위법관으로 선정했다"며 "우수법관보다 하위법관의 선정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 10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받은 법관 중 평균 점수 최하위를 기록한 A법관은 소송대리인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재판을 진행했다는 사례가 제출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B법관은 당사자와 대리인의 진술을 듣지 않고 예단을 드러내며 고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사례가 제출됐다. C법관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줄 것을 암시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사례, 혼을 내는 듯한 태도로 30분 가량 무안을 줬다는 취지의 사례, 재판 진행 과정에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잔소리를 했다는 취지의 사례 등이 제출됐다.
서울변회는 하위 법관과 함께 우수 법관 28명도 선정했다.
법원별로는 서울중앙지법이 13명으로 우수 법관이 가장 많았고, 서울고법이 5명, 서울동부지법과 서울가정법원이 각각 2명이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법관은 서울중앙지법 이유형 부장판사로 99.14점을 받았고, 같은 법원 허선아 부장판사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우수 법관에 선정됐다. 서울고법 김대웅 부장판사는 2012년에 이어 다시 우수 법관에 선정됐다.
서울변회는 법원의 공정
서울변회는 판사들의 평균 점수와 순위 등을 법원행정처와 법원장에게 통지하고, 평가 대상이 된 판사 본인들에게도 각각 통지할 계획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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