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던킨 기름때' 영상에 "일부 조작, 촬영자 검찰 송치"

경찰 “업무방해…위법행위 있었다고 판단”
노조 “‘먹거리 오염’ 공익제보” 유감 표명

↑ (왼쪽부터) SPC그룹 산하 비알코리아가 제보 영상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개한 CCTV 영상, 밀가루 반죽에 누런 물질이 잔뜩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 / 사진=비알코리아,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던킨도너츠 생산 공장에서 반죽에 이물질이 떨어지는 등 위생 불량 문제를 고발하는 영상과 관련해 경찰은 해당 영상 일부가 조작됐다고 판단해 촬영자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던킨도너츠의 운영사인 SPC그룹 산하 비알코리아가 던킨 안양 공장 근무자이자 영상 촬영자인 A 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해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앞서 A 씨는 올해 9월 24일 던킨도너츠 안양공장에서 반죽 재료 외에 누런 물질이 떨어져 있는 등 위생이 불량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찍어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제보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같은 달 KBS를 통해 보도되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영상에는 반죽에 기름때가 여기저기 떨어진 모습, 도넛 공장 내부 환기장치에 기름때가 끼어 있는 모습, 시럽을 담은 그릇 안쪽에 검은 물질이 묻은 모습 등이 찍혀 있었습니다.

↑ SPC그룹 산하 비알코리아가 제보 영상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개한 CCTV 모습 / 영상=비알코리아

이에 비알코리아는 같은 달 30일 제보 영상에 대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당시 비알코리아는 “공장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7월 28일 A 씨가 아무도 없는 라인에서 펜형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발견됐다”며 “A 씨는 설비 위에 묻어있는 기름을 고의로 반죽 위로 떨어뜨리려고 시도하고, 반죽에 잘 떨어지도록 고무 주걱으로 긁어내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장면은 보도에서 사용된 영상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A 씨는 해당 시간대에 그 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도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피고소인 소환 및 현장검증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한 끝에 A 씨가 일부 조작된 영상을 통해 업무방해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판단 근거를 상세히 밝힐 순 없지만, 영상 증거 등을 토대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습니다.

한편, A 씨와 함께 문제를 제기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측은 “먹거리에 대한 오염을 알린다는 공적 목적이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 A 씨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의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영상을 근거로 사건을 송치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