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결론 내리고 증거 창조하려니 잘 되겠나"
↑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 / 사진=연합뉴스, 조성은 페이스북 |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가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송영장이 재기각된 것과 관련해 "그동안의 일들을 다 공개해버릴 생각도 한다"라고 말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다 공개하시라"라고 맞대응했습니다.
그제(4일) 조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검사 감찰 수사방해 사건'을 입건해서 정식 수사 안 할 거면 윤석열 대검찰청 수뇌부의 선거 개입 사건도 망치지 말고 수사 중단하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해당 글에 진 전 교수는 "다 공개하세요"라고 댓글을 남겼고, 조 씨는 "그럴까요. 수사 개시도 안 한 상태에서 공개하면 거의 그 즉시 증거의 의미나 단서로서의 가치가 사라질 텐데요. 제가 공개하는 것보다 취재로 밝혀지리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걸 지켜보고 있지만 기사가 늦어지네요"라고 답했습니다.
조 씨는 다른 게시물을 통해서도 "손 검사만 얼렁뚱땅 불구속 기소로 끝내버리면 당연히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게 대충 무마할 바에야 수사 중단을 선언하거나 공수처를 문 닫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한동훈 감찰 수사 방해 사건은 결국 열어보지도 못하고 아마추어 공수처는 문을 닫는가 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일 조 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검사의 영장 기각을 예상했다"며 "공수처는 맨날 '압수수색 나갔다'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사건의 본질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조 씨는 "단서는 이미 공수처가 가지고 있고, 그것 말고도 굉장히 많은 자료들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사건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할 자신이 없으면 대선 끝까지 그냥 수사 중단하시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 씨의 잇따른 폭로에 진 전 교수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는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었다는 뜻으로, 예고만 떠들썩하고 실제의 그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진 전 교수는 "고발 사주라는 개연성 떨어지는 정치적 프레임을 끼고 수사에 들어간 게 문제"라며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증거를 창조하려 하니 잘 될 턱이 있겠나. 손 검사야 억지로 기소를 하겠지만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끄집어내기는 어려울 듯"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애초에 사법 문제라기보다는 공직 윤리의 문제였는지도"라며 "내가 궁금한 것은 저들이 어떻게 고발 사주라는 비개연적인 시나리오를 왜 그렇게 철석같이 확신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모종의 첩보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습니다.
한편,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로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받아 조 씨에게 고발을 지시
그러나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공수처는 영장이 기각된 지 만 하루도 안 된 상태에서 또다시 손 검사에게 재소환을 통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 기각 직후 재소환 통보는 상식 밖"이라며 "결국 불구속 기소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