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내고 대신 아내를 자수시킨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뺑소니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은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전남 장흥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등의 혐의로 A씨(6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7시 46분쯤 전남 장흥군 지천터널 인근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1톤 트럭으로 중앙선을 넘어 17톤 트럭을 2차례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17톤 트럭 운전자 B씨가 사망했다.
B씨는 1차 사고 후 차량을 살피기 위해 갓길에 차량을 대고 차량을 살피다 다시 돌아온 A씨의 트럭에 의해 변고를 당했다. A씨는 당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으며, 자신의 집 방향이 아닌 걸 알고 유턴해 2차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차 사고 직후 자신의 집으로 갔고,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조사하던 중 A씨의 아내가 사고낸 트럭을 몰고와 자신이 가해자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확보한 폐쇄회로TV(CCTV)와 당시 사고 현장 블랙박스 등에서 확인된 영상을 토대로 진범을 찾아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측정을 하려던 경찰에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혐의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첫번째 사고는 몰랐고 두번째 사고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줄 알았다"고 뺑소니 사망사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B씨의 유족측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저는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아들입니다. 제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을 게재했다.
B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죽고 다쳐야 음주운전 처벌법이 강화될까"라며 "음주 후 차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는 아내를 자수시켜 운전자를 바꿔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고 저는 차가운 아버지의 시신을 마주하고도 현실을 믿을 수 없다"며 "한때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윤창호법마저 후퇴하는 모습을
그러면서 "사고 4시간 전 아버지와 결혼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미래를 그렸지만,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윤창호 법도 부족하고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 사고를 낸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사회정의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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