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 부친 살해 후 사고사 주장 전직 권투선수 징역 10년

뇌병변을 앓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했던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전직 권투선수 A씨(21)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3∼4일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씨(55)를 수십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술에 취해 귀가한 A씨는 아버지와 함께 살며 쌓여있던 불만을 참지 못하고 주먹과 발로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중학교 1학년인 2013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2018년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전국권 각종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1위를 하고, 한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사건 이후 A씨는 "아버지가 숨졌다"며 112에 직접 신고를 했고, 경찰조사에서는 "아버지가 넘어진 것 같다"며 사고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지고, 여러 장기가 파열된 것으로 드러나자 5개월간 내사를 벌여 A씨를 검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A씨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 병변으로 장애가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했다.
B씨는 살해당하기 직전 15일 이상 집 밖에 나온 적이 없었다. 또 A씨는 밥 대신 주로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을 아버지에게 먹이고,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혼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B씨를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씻기지 않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사실이 없다"면서 "갈등이나 불만도 없어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라면서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만을 품고 친아버지인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동기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다만 과거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다른 친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를 돌보기 위해 함께 동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