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빨간 마후라'로 유명한 배우 신영균 씨는 2010년 5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연예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됐습니다.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진 사회 지도층은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도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최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종부세 폭탄' 비판에 '충분히 예고했기에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이해해 달라.'면서요.
하지만 그냥 가졌으니까 많이 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합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유세 떠넘기기를 시작했고, 부동산 커뮤니티엔 전월세를 올려 그렇게 버티겠다는 반응이 상당수거든요. 또 이른바 '갈아타기'를 위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상태인 사람들도 집을 못 팔아 엄청난 종부세를 내게 생겼거든요.
이런저런 불만과 불안에도 정부는 2018년 자료를 근거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보유세율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 98%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98%'라는 논리가 과연 맞는 걸까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의 가파른 인상은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무주택자인 세입자 피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빼면 저기서 갖다 채우는 건 어찌 보면 시장 경제에서 당연한 겁니다.
시장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게 가능할까요. 심지어 징벌적 세금 형태로 말이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커녕 국민 반발과 분열만 일으키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결국 세입자가 떠안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