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유족 "김병찬은 계획적 스토킹 살인범···수시로 목 졸라"

휴대폰 SOS 기능으로 위험한 상황 모면
스마트워치는 엉뚱한 곳 알려…"차라리 지급되지 않았더라면"

↑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병찬(35)의 모습 / 사진 = 경찰청, 연합뉴스

김병찬에게 스토킹을 당해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막내 동생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병찬의 악행을 폭로했습니다. 한 차례 피해자의 휴대폰 SOS 기능으로 피해자와 김병찬이 함께 있던 정확한 위치가 피해자 친구에게 전송돼 위험한 상황을 막았던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로부터 500m나 떨어진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김병찬 스토킹 피해자 막내 동생 A씨는 오늘(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언니를 괴롭힐 때 '목숨을 빼앗겠다' 이런 식으로 위협하다가 또 '그만 하겠다'하다가 '마지막이다' 이렇게 했다가 갑자기 '협박을 안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다'라고 하면서 웃었다는 기록이 있다"며 "저희 언니한테 수시로 목을 조르고 칼을 들고 협박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병찬과 피해자는 부산에서 만남을 이어오다 헤어졌는데, 스토킹이 계속되자 피해자는 부산 경찰서에도 신고를 한 번 했다고 A씨가 밝혔습니다. 또 피해자는 근무지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긴 뒤에도 계속되는 스토킹에 경찰 신고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언니는 (김병찬과) 같이 있을 때 증거를 남겨 놓을 수가 없는데, 증거가 없으면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언니의 카톡이 온 적이 있다"며 "언니가 답답함을 토로했고, 어떤 경찰은 언니한테 '협박 당한 게 맞냐'고 물어봤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언니가 임시보호소로 이동할 때 수사관은 그 살인범이 언니 차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는데, (김병찬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주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고도 했습니다.

김병찬은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만 내려졌을 뿐 자유롭게 어디든 다닐 수 있었던 겁니다. A씨는 경찰이 김병찬을 체포하거나 입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30대 피의자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김병찬이 점심시간에 언니 직장 근처에 찾아왔을 때 언니가 '출퇴근 할 때 칼로 찔리고 싶냐'는 협박을 받자 미리 설정해 둔 휴대폰 SOS 기능을 눌렀다"며 "그게 언니 친구들한테 가게 돼 있었는데 언니의 정확한 위치가 찍힌 문자랑 로드뷰가 발송돼서 언니 친구들이 살인범과 같이 있던 언니를 분리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가 피해자의 위치를 500m 떨어진 곳으로 오류 전송한 것에 대해 "차라리 지급이 안 됐으면 언니가 휴대폰 SOS 기능을 써서 정확히 위치를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김병찬과 같이 있는 사진을 증거로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 언니가 그 살인범이랑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라고 분노했습니다.

A씨는 "그 살인범이 서울에 올라와서 흉기랑 모자를 구매하고 언니 차가 주차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언니가 딱 나올 때 여러 차례 찔러서 살인했다"며 "(김병찬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나오는 경찰 목소리를 듣고 흥분해서 찔렀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정황들을 봤을 때 무조건 계획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의 친구들에 의하면 김병찬은 피해자와 만났을 때부터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 '명품도 갖고 있다' 등의 말을 하며 자신의 직업을 속였습니다. A씨는 "아마 그 살인범은 무직이나 프리랜서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A씨는 "언니랑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저희는 아침마다 카톡으로 인사도 하고 항상 연락하고 지내던 가족이었는데 이렇게 돼버려서 정말 허망하다"며 "저희 언니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도 경찰을 믿었는데, 언니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이어 A씨는 "사람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스마트워치 점검, 경찰 대응 훈련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응은 정말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저희가 올린 청원에 많은 도움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지금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인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 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으며, 청원인인 피해자 남동생은 "살인범의 나이가 35세이고, 25년 형을 받으면 60세에 출소하게 된다"며 "가족들 사이에서 벌써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복수의 두려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김병찬에 대한 중형 선고를 호소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미리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한 점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고려해 김병찬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피해자는 지난 11개월 동안 김병찬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스토킹 을 당하는 과정에서 총 6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난 19일 신변 보호를 받던 중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해 당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