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에 태움까지...입사 8개월 만에 극단 선택한 신규 간호사

A 씨가 실질적으로 맡았던 환자 수 44명
과도한 업무와 함께 선배 간호사들의 '태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간호사회,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간호사 1인 담당 환자 수 법제화 촉구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월 입사한 신규 간호사 A(23) 씨가 입사 8개월 만에 지난 16일 경기 의정부시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과중한 업무량과 '태움'에 시달리다 이와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가 현장에서 맡아야 했던 환자 수는 23명이었습니다. 동료들은 실질적인 업무 분담을 고려하면 A 씨 혼자 44명의 환자를 담당했다고 전했습니다. 현행 의료법상에는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으로 담당 환자 수를 정해놓았지만 강제조항이나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9999년 간호사 한 명이 1~명의 환자만 담당하도록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을 법제화했고, 호주 빅토리아 주도 2000년에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법제화한 바 있습니다.

살인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같은 부서 선배 간호사들의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도 A 씨를 극단적으로 몰아갔습니다. A 씨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네 인계는 듣기도 싫다", "열받게 하지 말고 나가라" 등의 말을 듣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부서 이동 담당자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2일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통해 "간호 인력이 적절히 배치되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환자를 담당할 수 있었더라면, 간호사들이 서로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퇴직 유예기간은 60일'이라는 엄포 대신 부서이동 또는 사직처리 등 적절한 조치가 있었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22일 낸 성명문./ 사진 =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홈페이지

A 씨는 숨지기 직전 상사에게 '다음 달부터 그만두는 거는 가능한가요'라며 메시지를 보냈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노동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타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간호사회는 의정부 을지대 병원의 진상 조사 촉구와 간호인력 충원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청원'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한 상태"이지만 "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는 이 법안을 조속히 제정하여 더 이상 간호사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