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에 가까워졌지만 새로운 일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인데요.
MBN '다함께! 일상회복 - 아직 남겨진 상처' 기획보도 네 번째 순서로, 백신접종 이후 이상반응으로 사망하거나 부작용을 겪었지만,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정부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조동욱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기자 】
5살과 11살 아이를 둔 아버지 우성웅씨는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더나 2차 백신을 접종한 바로 다음 날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응급실에 실려간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은실 / 백신접종 사망 유가족
- "아침 8시쯤 갑자기 뛰어나와서 너무 고통스러워하시는 거예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 몇 초 사이에 심정지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5살 둘째는 아직도 매일 밤 돌아올 수 없는 아버지를 찾습니다.
▶ 인터뷰 : 박은실 / 백신접종 사망 유가족
- "자꾸 신랑이 생각나고 그래서 정리를 하려고 다 꺼내놨었거든요. (둘째가) 하늘나라에서 아빠가 좀 있으면 돌아올 건데 이거 없으면 아빠가 너무 슬퍼할 거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
최은영 씨 역시 지난 6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열흘 뒤 쓰러진 어머니를 4달 넘게 간병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전했지만, 은영씨는 아직 어머니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최은영 / 백신접종 피해 가족
- "제가 저희 엄마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제 손을 잡고선 나 좀 죽여줘 나 좀 죽여줘 하는데 그 고통이 얼마나 크면 자기 자신을 죽여달라고 자식한테…."
현재까지 백신접종 후 사망으로 신고된 사람은 1,216 명에 달하지만, 인과성이 인정된 사람은 고작 2명뿐입니다.
인과성을 인정받으려면, 아나필락시스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사망해야만 하는 탓입니다.
백신의 대표적 부작용인 심근염·심낭염으로 사망하거나 문제가 없던 지병이 접종 후 급작스레 악화된 경우엔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과성)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데 저희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죽어가는 사람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릴까요? 이거는 진짜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은 현행 기준이 엄격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조은희 / 질병관리청 건강위해대응관 국장
- "저희가 추가를 하고 싶었고 인과성 인정 리스트가 올라왔는지 매일매일 봅니다만 미국도 통계학적 연관성은 있는데 컨펌을 짓지 않았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따르다 보니까….
정부는 뒤늦게 의학계 석학들로 구성된 백신 안전성위원회를 출범시켜 새로운 인과성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과거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들도 다시 평가 받을 길이 열렸지만, 그 사이 유족들은 백신의 그늘에 가려 평화로웠던 일상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MBN뉴스 조동욱입니다. [ east@mbn.co.kr ]
영상취재: 구민회 기자·안석준 기자·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