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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JOB콘서트'에서 청·장년 구직자들이 기업 채용공고판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올해 8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27살 청년 A씨. 졸업은 했지만, 취업 준비차 서울에서 자취하며 대학 도서관을 전전하고 있다는 그에게 생활비 충당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청년 지원 사업은 경쟁률이 높아 진작에 탈락했고, 당장은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해 월 8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도 고향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느라 대출이 많다"며 "제 월급에서 월세·관리비 빠지면 남는 생활비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달 1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지난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5~29세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는 ▲60~69세 18.8 ▲50~59세 14.0 ▲30~39세 13.6 ▲40~49세 11.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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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7급 공채 제2차 필기시험이 치러지는 지난 9월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사혁신처] |
청년들 사이에서도 구직난과 소비자물가 상승이 동반되고 있어 연일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살 취업준비생 B씨는 "집주인이 힘들다고 월세를 4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올려달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살 고시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C씨는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말끔한 셔츠 하나, 바지 하나만 사려고 해도 10만원으론 부족하다"며 "매번 번번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C씨는 "옷이야 빌려서 입으면 된다고 쳐도 학원비는 꿈도 못 꾼다"면서 "가난한 백수는 남 얘기일 줄 알았다. 이젠 내집 마련이 남 이야기"라며 웃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25~29세 월평균 생활비는 85만4361원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을 고려하면 실제로 청년들에게 필요한 생활비는 이 금액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월급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아르바이트생 월평균 소득은 62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7000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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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제1차 시험이 치러진 올해 7월 10일 오후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지난해 서울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20대 비정규직 근로자 D씨는 "생활비 마련 때문에 오후부터 밤까지 배달 일을 하고 나면 공부할 시간은 사실상 아침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은 했는데 직장은 목표로 한 곳에 훨씬 못 미쳐 출근하면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부연했다.
다른 28살 취업준비생 E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끼리는 부모님 댁이 서울인 것도 스펙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월세나 생활비 부담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씨는 "코로나19 전에도 경쟁률 만만치 않았는데 올해는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층(15~29세)은 코로나19 확산 지난 2019년 5월에도 71만명에 육박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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