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머리에 소변묻혀 화풀이?…대법 "추행 맞다" 1, 2심 판결 뒤집어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 = 연합뉴스]

등 뒤에서 몰래 소변을 눠 머리카락과 옷에 소변을 묻힌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됐다고 봐야하고 당시에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9년 11월 천안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일시 정차 한 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피해자(18·여)의 뒤를 따라갔다. 이후 아파트 놀이터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통화를 하는 피해자의 뒤에 몰래 다가가 머리카락과 옷에 소변을 봐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화가 난 상태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해 따라갔고, 욕설을 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어서 등 위에 소변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피해자는 집에 도착한 뒤 소변이 묻은 것을 보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앞서 1심은 피해자가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을 뿐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역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이 사건 한달 뒤인 12월에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여성(16·여)에게 접근해 가방을 잡아당기며 침을 뱉어 폭행죄로 입건됐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