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 무료 통행을 놓고 경기도와 교량 운영사인 일산대교(주)간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일산대교(주)는 4일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일산대교 무료화를 강행하겠다는 경기도를 상대로 추가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법원이 경기도의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처분에 대한 일산대교(주)의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직후, 경기도가 무료통행을 유지하기 위해 통행료 징수금지 처분을 통보한데 따른 맞불 조치다.
민간투자방식으로 건설한 일산대교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을 100% 보유한 일산대교(주)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일산대교는 경기도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 사이 1.84㎞를 잇는 한강 다리다.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일산대교 통행을 무료화하겠다"며 공익처분 통지서를 일산대교(주)에 전달했다.
일산대교 무료화 공익처분은 같은날 경기도지사를 사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결재였다.
공익처분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 등 공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민자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한 뒤 보상을 해주는 조치다.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정오부터 일산대교 무료화가 시행되자, 일산대교(주)는 경기도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신청과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3일 일산대교(주) 주장을 받아들여 사업시행자 지위를 원상회복시켜줬다.
일산대교 무료화 논란이 불거진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 1월 고양시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처음 제기하며 불을 지폈고, 김포시와 파주시도 일산대교 무료화 촉구 공동성명을 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을 추진한다"고 답했고,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후보도 '일산대교 과도한 통행요금 교정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거들었다.
이 후보는 지난 9월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며 "경기도민의 세금과 시민들의 비용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야말로 세금 낭비"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일산 대교는 한강 다리 28개 중 유일한 유료 다리로, 통행료가 비싼 게 사실이다.
고양 김포 파주 등 경기 서북부 지역 주민들로선 다리를 건너는데 2분도 안걸리는데 왕복 최대 2400원의 통행료를 내는 것이 큰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산대교 무료화 강행시 운전자 대신 물어야 할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점이다.
경기도는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강제회수하고 해당 지자체와 함께 비용을 분담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수혜자 부담 원칙에 맞지 않고 국민연금의 수익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
일산대교는 2009년 국민연금이 2700억원을 투자해 30년 운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목표한 30년 운용수익은 최대 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운영권을 강제회수하면서 국민연금에 투자 원금 정도만 주겠다는 입장이다.
적립금만 83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은 가입자인 국민이 주인이다.
경기도가 일산대교(주)의 운영권을 회수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수익이 줄게 되면 국민들이 받는 연금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산대교 인근 3개 도시 주민들의 혜택을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사실상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다.
고령화 추세로 가뜩이나 국민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대선 후보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까지
만일 법원이 경기도의 통행료 징수 금지처분과 통행 무료화 조치에 쐐기를 박아 다시 유료화가 이뤄진다면 사회적 혼란과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경기도는 이제라도 '무료화 강행'이라는 선심성 행정을 멈추고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부터 구하는게 옳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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